내가 사랑한 서점 l 서점을 잇는 사람들 지음, 니라이카나이, 1만6800원 |
제주도 동쪽 끝 성산 일출봉에서 뱃길로 10분 남짓, 6.18km 2 면적의 작은 섬 우도에도 서점이 있다.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밤수지씨가 우도에 신혼 보금자리를 튼 지 3년 만에 이 섬 최초의 책방을 차렸다. 앞서 어린 시절, 서울 변두리 동네 버스정류장 앞에 있던 단골 홍익서점의 추억을 몽글몽글 되살렸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하게 풍겨오는 종이 냄새가 좋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책을 살펴보는 시간이 좋았다.” 지금 그 자리엔 치킨 가게가 들어섰다. 하지만 이씨의 마음속엔 작은 섬 책방을 찾았던 손님의 말이 오래 맴돌 것이다. “이 자리에 계속 있어 주세요. 꼭 다시 올게요.”
‘내가 사랑한 서점’은 이제 더는 갈 수 없는, 여러 사정과 이유로 문을 닫은 서점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연서 모음 같다. 전국 열다섯 곳의 독립서점 책방지기들이 각자 사랑했던 서점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곰살맞게 풀어놓는다.
“고심해서 고른 책을 손님이 좋아해 줄 때, 그렇게 사람과 책이 운명적으로 만나는 순간, 책방 주인은 오래 기다린 편지를 받았을 때처럼 기쁘다. 이 순간이 오기만을 기대하며 종일 책방을 지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늘 덤덤해 보였던 바울서점 사장님도 내가 어떤 책을 집어들면 기뻐하셨을 것이다. 책방 주인이 되어보니 그 마음을 알겠다.”(보라차, 인천 ‘낮잠과 바람’ 책방지기)
책을, 책이 있는 공간과 풍경을, 책 읽는 사람을 사랑하여 책방을 찾았고, 같은 이유로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기 십상인 독립서점을 차린 이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푸근하고 애틋하다. 위 두 사례를 포함해 열 다섯 책방지기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혹 아는가. ‘어? 나도 이 서점 단골이었는데…’ 할 수도 있겠다.
계선이(부산, 카프카의 밤), 구선아(서울, 책방 연희), 김하림(서울, 제로헌드레드), 류지혜(동해, 서호책방), 무라사키(목포 공유서점 포도책방 내 ‘욘나욘나’), 문주현(전주, 책방 토닥토닥), 박성민(서울, 프루스트의 서재), 박용희(부천, 용서점), 보라차(인천, 낮잠과 바람), 윤태원(영월, 인디문학1호점), 이밤수지(제주,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조예은(대전, 버찌책방), 채도운(진주, 보틀북스), 추혜원(충주, 책방 궤), 호재(대구, 북셀러).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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