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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K-VIBE] 강성곤의 '아름다운 우리말'…잘못 쓰는 관습적 표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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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강성곤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본인 제공]



    ◇ '끝내'와 '마침내'

    영어로는 대개 'finally'면 족하다. 그러나 한국어에는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결국/끝내'는 대개 부정적 의미의 텍스트와 어울린다. 긍정적인 경우는 '드디어/마침내'가 적절하다.

    '마침내 감기에 걸렸다'는 이상하다. '결국 감기(가) 들었다'가 자연스러운 맥락이다. '드디어 숨을 거두었다'보다 '끝내 숨을 거두었다'가 적절하듯이.

    '드디어/마침내'는 긍정을 동반하는 게 효과적이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등이 그렇다.

    김민기 작사 작곡의 노래 '상록수'에 나오는 가사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가 미친 영향이 대단하다. 이건 다분히 역설적,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 '10/열'의 발음

    독자 여러분은 '10', 우리말 '열'을 어떻게 발음하는가?

    '열'의 발음은 아주 묘하다. '열'은 수년 전만 해도 짧게 소리 내는 게 답이었다. 그러나 뜻있는 발음 전문가들이 여러 역사적 학술 자료를 연구한 끝에 긴 발음임을 주창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국립국어원이 이를 수용해 지금은 [열:]로 길게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좀 더 정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엔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 모음 'ㅓ:/ㅕ:/ㅝ:', 이 셋은 장고모음(長高母音)이라 보통 단어의 긴 발음과 차이가 있다. 장고모음이란 소리는 길고 깊게 나되 상대적으로 혀끝의 위치는 높은음을 일컫는다.

    입안의 혀를 높이면서 턱이 자연스레 약간 올라가야 맞는다.

    [검:찰], [변:화], [원:망]이 옳은 것이요 [거엄찰] [벼언화] [워언망]처럼 소리내면, 즉 물리적 길이를 늘이는 방식은 오류다.

    그런데 단 하나, 이 '열'의 '여'만큼은 고모음 방식의 [여:]가 아닌 [여어]로 해 [여얼]로 단순히 길게 발음하는 옳다는 게 우리 말글 최고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고 나도 동의한다.

    예외를 인정한다는 것은 물론 옹색한 일이다. 그러나 예외 없는 규칙도 반드시 오롯하지는 않다. 우리 말소리의 최고 권위자 집단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여얼]을 지지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자꾸 발음해보면 느끼게 된다. 아, 이게 우리 말맛과 정서에 부합한다는 것을. 또한 우리말 중에 [열:], 즉 고모음 [열:]로 시작해 소리 나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는 것도 그 증거다.

    그래서 정리하고 결론 내리면, 10은 [열]도 아니고 [열:]도 아니며 [여얼]로 소리 낸다. 빛나는 단 하나의 예외다.

    ◇ 일체와 동병상련

    여기서는 '일체'가 아닌 '일절'이 맞다. 일체/일절(一切)은 알다시피 두 가지로 읽힌다.

    먼저 '일체'로 읽는 때는 명사로 '모든 것'이다. '안주 일체' '일체의 후원' 등이 그 표현이다.

    그 다음 '일절'로 쓸 때는 부사다. '절대로' '결코'의 뜻이다. '그런 말 일절 하지 말하라' '일절 그런 일 없다' 등이 그 예다.

    오류는 대개 '일절'을 써야 할 곳에 '일체'를 쓰는 경우다.

    비슷한 맥락으로 독음의 가짓수와 관련된 단어가 있다. 대표적인 단어가 '同病相憐'이 있다. '동병상린'으로 읽는 이가 간혹 있다. 이거 의외로 많이 틀린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 맞는 표현이다.

    한자 '憐'이 독음이 둘이기 때문이다. 불쌍히 여길 '련'(연)과 이웃 '린'(인)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가엽게 여기는 것이니 '련/연'으로 읽는다. '이웃 린/인'의 한자는 보통은 '선린 관계'의 선린(善隣)처럼 린(隣)이 보편적이다. 한자어와 결합한 우리말은 이처럼 더욱 어렵다.

    ◇ 매조지와 잡도리

    이 두 단어는 소위 '글쟁이'들이 잘 쓰는 토박이말이다. '매조지'는 '일의 끝을 잘 단속해 마무리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동사는 '매조지하다'가 아니라 그냥 '매조지다'.

    "일할 때, 매조지가 확실하다."

    "업무를 매조지는 걸 보면 여간내기가 아니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잡도리'도 유용하다.

    매조지와 뜻이 조금 비슷하나, 이건 준비나 대책에 방점이 찍힌다. 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우거나 엄히 단속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하기 전에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해.", "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잡도리하는 일에 한계를 느낀다." 등으로 쓸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글에서 쓸 일이다. 이걸 말하기에 적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고유어의 가치는 높고 크지만, 말은 소리요 뉘앙스다. 이 둘은 어감이 안 예쁘다!

    '곱씹다'도 교양인/지성인들이 즐겨 쓰지만, 말로는 적실(適實)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느낌이 영 안 좋다. 발음도 어렵고 고약하며, 어감도 좀 괴이쩍다.

    '그때 그 일을 가만히 곱씹어보면'보다 '그때 그 일을 가만 되짚어보면/곰곰이 생각해보면'이 낫지 않나?

    ◇ 산뜻하게 줄이기

    이번에는 뉴스 기사 줄이기를 선보이고자 한다.

    "오늘 새벽 3시쯤 부산 동남동 남외항 0.8마일 해상에서 외국인 선원 21명이 정박 중인 배에서 탈출해 해상에 떠 있던 부표 등을 이용해 육상에 상륙한 뒤 달아났습니다. 해경은 달아난 외국인 선원들은 한국 선적 참치잡이 어선 2척에 나눠 타고 있던 베트남인 12명과 인도네시아인 9명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해경은 특히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인 A씨를 바다에서 바로 검거했고 병원으로 옮겨서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길다. 손볼 곳이 상당하다. 아래와 같이 고쳐봤다.

    "오늘 오전 3시쯤 부산 동삼동 남외항 약 1.3km 해상에 정박 중이던 참치잡이 어선에서 외국인 선원 21명이 탈출했습니다. 이들은 해상에 있던 부표 등을 잡고 육지로 접근해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해경은 이들이 베트남인 12명과 인도네시아인 9명이라고 밝히고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인 A씨는 검거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크고 중요한 사실을 첫 문장에 쓴다. 상세 사항은 다음 문장으로 보낸다. 길이의 미국식 단위인 '마일은' 수고스러워도 km으로 바꾼다. 참치잡이 어선은 주목성이 있는 데다 길지도 않아 리드 문에 적당하다.

    둘째 문장의 문두, "해경은 달아난 외국인 선원들은"처럼 큰 주어, 작은 주어의 조사를 '이'로 같이 배치하는 것은 음성적으로 열악/비루해 피한다. 둘째, 셋째 문장 주어가 해경으로 같다. 이런 것도 안 좋다.

    내친김에 좀 더 알려드리겠다. '은/는'의 뜻은 대조(對照)의 기능(성격은 나쁜데 글은 잘 쓴다)을 먼저 쓴다. 그다음에 이야기를 끌어내는 경우(강원도는 땅이 넓다)에도 쓰인다, 세 번째로 술어에 무게 중심이 있을 때 쓴다.(평범한 일반 문장:대통령은 오늘 인사를 단행했다)

    '이/가' 역시 새로운 정보를 끌어낼 때(옛날 어느 마을에 예쁜 소녀가 살고 있었다) 쓴다. 그리고, 묘사문(사진 설명:장관들이 헌화하고 있다)일 때 쓴다. 또한 주어에 무게 중심이 있을 때도 쓴다.(주어를 강조할 경우:유명 배우가 자살했다)

    강성곤 현 KBS 한국어진흥원 운영위원

    ▲ 전 KBS 아나운서. ▲ 정부언론공동외래어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어특위 위원. ▲ 전 건국대·숙명여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 현 가천대 특임교수.

    * 더 자세한 내용은 강성곤 위원의 저서 '정확한 말, 세련된 말, 배려의 말', '한국어 발음 실용 소사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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