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경 '전국 언론 자랑'
충남 태안군 바다 기름 유출 사고를 다룬 태안신문 기사를 모아 출간한 책. 사계절출판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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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 최악의 기름 유출.'
2007년 12월, '상심의 바다'를 맞은 충남 태안군의 참혹한 풍경이 언론 헤드라인을 뒤덮었다.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선과 정박 중이던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충돌로 기름 1만900톤이 바다로 흘러들었고, 생태계 회복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새 사건 속에 태안은 금세 뉴스의 뒷면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이 재난을 18년째 추적해 온 언론이 있다. 지역 신문 태안신문이다. 주민의 고통을 꾸준히 기록하며,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낸 이 신문의 사례는 지역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와 해결의 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윤유경 미디어오늘 기자의 신간 '전국언론자랑'은 이런 지역 언론 현장을 2년에 걸쳐 취재한 결과물이다. 노년 여성과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한글과 글쓰기를 가르쳐 이들이 쓴 글을 싣는 진안신문, '심부름센터'라는 기획으로 오지 마을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실은 경남신문 등 전국 19곳 지역 언론 사례를 통해 '언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커뮤니티 저널리즘'과 '설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이들은 좋은 기사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한다. 단독과 속보 경쟁에 휩쓸리기 쉬운 언론 환경 속에서 이들의 기록은 신문 바깥의 더 넓고 구체적인 삶을 보여준다. 중앙 언론이 '지방 소멸'을 말하는 동안, 이들은 여전히 그곳에 삶이 존재함을 증명한다.
지역 언론은 중앙 정부의 손이 닿지 않고 지방 행정조차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지역 문제를 꾸준히 의제화하며,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꿔 왔다. 책은 언론이 본래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일'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 약 3년 뒤인 2010년 11월, 삼성중공업을 견학하던 당시 태안신문 국장이 삼성에 사과를 요구하는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계절출판사 제공 |
전국 언론 자랑·윤유경 지음·사계절출판사 발행·352쪽·1만9,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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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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