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8 (월)

    [인터뷰] “딱딱하게 굳은 폐, 비대한 심장…유전자 치료 가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폐 섬유증을 유전자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동물에게 유전자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폐 섬유화 진행을 억제할 수 있었다. /서울대병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폐가 딱딱하게 굳거나 심장이 비대해도 유전자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교수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 “DNA(디옥시리보핵산)와 RNA(리보핵산), 그리고 전달 도구로 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다”면서 “희소질환을 넘어 만성질환으로 치료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DNA의 유전자 정보는 필요한 부분만 RNA로 옮겨져 생명 현상을 좌우할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유전자 치료는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교체하거나, 유전자 기능을 변경해 유전적 결함을 치료하는 접근법이다.

    김 교수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증을 유전자로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폐 섬유증은 폐 세포가 섬유 조직으로 변하며 호흡 장애를 유발하는 난치병이다. 폐 조직은 한번 굳으면 회복하기 어렵고 섬유화를 막을 방법도 없다.

    김 교수는 TIF1γ 유전자에 주목했다. 폐 섬유증 환자의 폐 조직을 분석한 결과 건강한 사람보다 TIF1γ 발현이 낮았다. TIF1γ 유전자 치료제를 동물에게 투여하니 폐 섬유화 진행을 억제했다. 체외 배양한 인간 폐 조직에 실험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김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분자 치료’(Molecular Therapy)에 지난 8월 소개했다.

    조선비즈

    김효수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교수는 지난 6일 서울 중구에서 인터뷰하며 유전자 치료를 설명하고 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심장이 비대해지는 심부전, 간이 굳고 오므라드는 간경변도 이런 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기력 쇠약, 호흡 곤란을 유발하는 것이다. 간경변은 만성 염증으로 간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모두 장기 조직이 섬유화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교수는 “심장 근육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잘못되면 심장이 과하게 비대해지고 심부전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유전자를 정상으로 교체하면 질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치료법”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박사를 지냈다.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20년 킴셀엔진을 창업했다. 킴셀엔진은 유전자, 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난치성 질환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세계 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해 36조원에서 2032년 14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전자 치료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덕분이다. 대표적인 예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이다. 가이드 RNA가 잘라야 하는 DNA 부분을 인식해 붙잡으면 효소 단백질이 DNA와 결합하면서 자른다. 손상된 유전자를 잘라내고 원하는 유전자를 넣을 수 있다.

    DNA를 직접 수정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같은 방식의 RNA 치료제다. DNA 정보를 복사한 RNA를 세포에 전달하면 환자의 DNA는 두고 바로 원하는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다. 길이가 짧은 마이크로RNA는 단백질 합성 과정을 조절할 수 있다. RNA 치료제는 암·유전질환뿐 아니라 당뇨·지질이상증 같은 대사성 질환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나 RNA 치료제는 무해한 바이러스에 담아 인체에 전달한다. 최근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도 개발됐다. 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치료보다 안전성 우려가 적고, 대량 생산에도 유리하다.

    유전자 치료제는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 김 교수는 “유전자 치료 기술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재생 의료 혁신 치료제(RMAT)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RMAT로 지정되면 치료제 심사와 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참고 자료

    Molecular Therapy(2025), DOI : https://doi.org/10.1016/j.ymthe.2025.08.035

    홍다영 기자(hdy@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