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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커지는 반도체 주도 성장 기대감에… 금리인하 종료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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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의 수출과 국내총생산(GDP) 성장세가 강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2%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국면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효성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6일 보고서 ‘한국 인사이트: AI 반도체 호황, 성장 견인하며 한은의 금리인하 종료 이끌듯’에서 “반도체 산업이 올해 GDP 성장률에 0.5%포인트(p), 내년에 0.7%p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0.2%p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내년 성장률은 2%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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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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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점을 꼽았다. 2017~2018년 스마트폰과 암호화폐 수요 급증으로 반도체 수출이 연평균 43% 증가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AI 칩 중심의 슈퍼사이클이 비슷한 상승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출하량은 올해 25%, 내년 45% 증가가 예상된다.

    수출 지표도 뚜렷한 회복 흐름을 보인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4% 급증하며 8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출액은 역대 10월 중 최대치다.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회복세가 가팔라지면서 지난달 전체 수출도 동월 기준 최고치를 새로 썼다. 올해 연간 수출액이 지난해(6838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달성할 가능성도 커졌다.

    반도체 호조로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여지는 작아지고 있다. 성장률이 2%를 웃돌 경우 국내총생산(GDP) 갭(gap)률이 2025년 -0.6%에서 2026년 -0.2%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GDP갭률은 경제의 잠재 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차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갭률이 줄수록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쓸 필요성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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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금융안정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19%로, 전주(0.23%)보다 둔화했지만 전국 평균(0.07%)을 크게 웃돌았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는 추세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6219억원으로, 전월 말(764조949억원)과 비교해 2조5270억원 증가했다.

    외환시장 불안 확대도 변수다. 한미 관세협상 전후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6월 1350원대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9월 말 1400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중순에는 1440원까지 돌파했다. 협상 타결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내려왔지만,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지난 7일에는 1450원까지 돌파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GDP갭률 축소로 추가 정책지원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서울 부동산 시장 과열에 따른 금융 안정 리스크가 남아있어 금리 인하 사이클은 종료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면서 한은이 내년 2월 이를 공식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덧붙여 그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3개월 금리 가이던스(금융통화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취합한 것)를 수정해 점진적으로 어조를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1년 이상 금리가 인하되지 않으면 인하 사이클이 종료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면서 “마지막 인하가 5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호황과 부동산 과열로 내년 5월까지 추가 인하를 단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인하 사이클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추가 인하는 경제 상황을 지켜보며 내년 하반기에 한 차례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최온정 기자(warmhear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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