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농업금융컨설팅, 대출만 해주는게 아니라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문 컨설팅 제공
곽민지 그린팜스 이사가 돼지를 돌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그린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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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돈사(어미돼지 축사)가 완전히 전소됐었어요. 전기합선이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5일·곽민지 그린팜스 이사)
2023년 12월24일, 보온등 전기합선으로 시작된 불길이 경기 포천시 한 돼지농가의 모돈사를 삼켰다. 땀흘려 키운 돼지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설비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곽 이사는 담담하게 회상했으나 말투와 표정에서 당시의 복잡한 심경이 묻어나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그린팜스는 새로 지은 벽돌 건물과 태양광 패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화마가 지나간 흔적을 씻어내고 '최신식 스마트팜'이 새로 들어섰다. '딸' 곽 이사와 '아버지' 곽창선 대표는 돼지 축사의 재건과 함께 아픈 기억을 덜어낼 수 있었다.
재건에는 곽 이사의 공이 컸다. 화재 이후 아버지와 밤새 대책을 논의하다가 한국농수산대 재학 당시에 배운 농협은행의 '농업금융컨설팅' 특강이 떠올랐다. 무심코 듣고 넘길 수도 있었으나 양돈 후계농의 꿈을 이루고자 명함을 받아두고 꼼꼼히 메모해둔 덕을 봤다.
곽 이사는 "특강에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 용이할 거라고 배워서 우리랑은 큰 상관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건물을 새로 지으려면 수십억원이 들다 보니 이 방법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강의하러 온 차장님의 명함을 찾아 다음날 곧바로 연락했다"고 말했다.
며칠 뒤 농협은행 컨설턴트와 인근 지점장 등이 현장을 찾았다. 컨설턴트는 정책자금인 '스마트팜종합자금대출'을 활용하기로 하고 새 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왔다. 스마트팜을 짓기 위한 설계 방향도 논의했다. 곽 대표는 "구비 서류 정도만 알려주는 줄 알았는데 설계부터 농장 운영까지 수개월을 함께 만들었다"고 했다.
환기·건설 등 분야별 전문가들도 모여서 머리를 맞댔다. 네덜란드산 중앙집중배기 시스템을 도입하고 악취 저감을 위한 에어워셔 설비도 설치했다. 정책자금으로 비용 걱정을 덜었기 때문에 더 좋은 농장을 짓는 데만 몰두했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화재 사고 1년 만에 스마트팜이 준공됐다.
그린팜스의 스마트팜 내부 시설과 중앙집중배기 시스템·마이크로팬 등. 온도·환기·사료공급도 모두 자동화 시스템이다. /사진제공=그린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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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돈사는 온도·환기·사료공급이 모두 자동화 시스템이다. 과거엔 아침·저녁, 시간 단위로 조절해야 했는데 현재는 돈방별로 세팅을 해두면 알아서 온도가 조절되고 스마트폰으로도 원격 조정이 가능하다. 악취가 90% 이상 줄면서 인근 주민들로부터 들어오던 민원도 줄어 지역민과 상생도 챙겼다.
위생이 좋아지니 생산성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 9월 비육돈을 첫 출하하면서 스마트팜 체제에서 키운 돼지를 수익화하기 시작했다. 곽 이사는 "보통은 180~200일령에 출하하는데 저희는 150일 만에 했다"라며 "주 단위로 구분해 입식과 세척을 반복하니 청결도가 올라 폐사율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농협은행 농업금융컨설팅이 아니었다면 빠르게 정상화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미래까지 같이 설계해준 점을 특장점으로 꼽았다. 특히 청년 후계농인 곽 이사가 스마트팜 설계부터 새 종돈을 받는 일까지 모든 컨설팅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 했기 때문에 농장 운영까지 자연스럽게 전승할 수 있었다.
실제 곽 이사는 농협은행을 통해 '가업승계'까지 도움을 받고 있다. 곽 대표는 "2세(후계농) 입장에서 재래식 방식은 힘에 부치고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지 않아 고민되겠지만 이런 컨설팅이 있다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며 "컨설팅 제도가 널리 알려지면 우리 축산업도 경쟁력이 생기고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농협은행도 농·축산업 종사자들에게 농업금융컨설팅을 애용해달라고 당부한다. 신청만 하면 원예·특작·축산 등 전문 컨설턴트가 농가를 방문해 경영상태를 진단하고 진단결과에 따른 금융자금을 연계·지원해준다. 2004년 도입된 후 지금까지 컨설팅 비용은 전액 무료다.
백남성 농협은행 농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앞으로도 농협은행은 농업현장의 다양한 경영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농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맞춤형 금융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그린팜스' 전경. /사진제공=그린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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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경기)=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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