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등 업무상과실치사 피의자 5명 대상
"책임 없다" 임성근 주장 뒤집을 정황 포착
해병대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23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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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23년 순직 사고 발생 2년 4개월 만의 결론이자, 특검팀 발족 4개월 만의 첫 번째 기소다. 특검의 이날 수사 결론은 '임 전 사단장에게 순직 사고의 형법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1년 4개월 전 경찰 발표를 뒤집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중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던 걸로 보이는 정황을 다수 발견했고, 증거 은닉 시도까지 있었던 점을 들어 "임 전 사단장의 작전 통제와 지시가 채상병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대원 안전보다 홍보 의식해 무리한 지시"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3년 7월 19일 발생한 고(故)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박상현 전 해병대1사단 7여단장(대령), 최진규 전 해병대1사단 포병여단 포11대대장(중령), 이용민 전 포7대대장(중령), 당시 포7대대 본부중대장이었던 장모 대위 등 4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임 전 사단장 등 5명은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교 부근 내성천 인근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작전 중, 7포병대대 본부중대들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허리 깊이의 수중수색을 하도록 해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익사하게 하고, 물에 빠졌던 다른 해병에게도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임 전 사단장은 상위부대 발령 단편명령에 의해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넘어갔음에도 여전히 작전을 통제·지휘해 '군형법상 명령 위반죄'도 적용됐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은 대원 안전보다는 언론 홍보 성과를 의식해 무리한 수색을 지시했다"며 "바둑판식 수색, 내려가며 찔러보면서 수색, 가슴장화 확보 등 수중수색으로 이어지게 된 각종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임성근 책임' 입증할 추가 정황 다수 확보
특검팀의 이날 기소는 고(故) 채수근 해병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를 '임 전 사단장까지'로 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 해병대수사단에 대한 외압 및 항명죄 표적 수사, 국방부 검찰단의 불법 수사기록 회수, 이른바 '구명로비' 의혹까지 순직해병 사건 관련 숱한 논란은 모두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7월 경북경찰청도 "해병대원 사망사고는 포11대대장의 '사실상 수중수색으로 오인케 하는 지시'가 직접적 원인으로, 임 전 사단장에게 형법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검찰 송치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을 빚었다.
특검팀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피의자들과 피해자·참고인 등 80여 명을 조사하면서 임 전 사단장의 책임을 밝힐 새로운 정황들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임 전 사단장 예하 부대 중 사고가 발생한 포7대대 외에도 포11대대, 73보병대대 등에서 수중수색 등 위험한 상황이 다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공범 및 주요 참고인 진술을 회유한 정황 △경북경찰청의 해병대 압수수색 당일 휴대폰에 있던 해병대원들의 수중수색 사진을 '보안폴더'로 이동시킨 사실도 특검 수사 중 추가로 파악했다. 임 전 사단장이 순직 사고 직후 포7대대장과 통화하며 "니들이 물 어디까지 들어가라고 지침을 줬냐"고 말하는 녹취 등 '수중수색 인식'을 뒷받침할 물증도 확보했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이 업무상과실치사와 관련해 법적 과실이 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근거로 내세운 것들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들이 많이 나왔다"며 "법원에서도 (구속영장을 내준 건) 임 전 사단장의 혐의 소명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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