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겨냥 "한강버스 물의 빚어"
오 시장은 '공개 토론' 제안으로 반격
김민석(오른쪽 두 번째)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종로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를 찾아 최근 서울시의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에 따른 영향을 살펴보고 대책을 점검한 후 발언하고 있다. 이날 종묘 방문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등이 함께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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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초고층 재개발 논란이 제기된 종묘를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직격했다. 오 시장의 한강버스 정책까지 언급하면서 서울시의 공론화 과정 부족을 문제 삼았다. 여당이나 관계부처도 아닌 총리가 직접 현장 점검까지 나서면서 논란에 뛰어든 모습이 매우 이례적인 탓에 차기 서울시장이나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김 총리는 이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허민 국가유산청장, 김경민 서울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등과 함께 서울 종로구 종묘를 찾았다. 서울시가 지난달 말 종묘 앞 세운4구역의 건물 높이 제한을 풀어 현행보다 2배가량 높이는 개발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항의 차원이다. 최근 대법원도 문화재 주변 개발 제한 완화 조례를 통과시킨 서울시의회의 손을 들어주자 여론전을 통해 제동에 나선 것이다. 당초 김 총리는 종묘 방문 계획이 없었으나 하루 전 급하게 일정을 추가했다.
김 총리가 현장을 둘러보다가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몇 층이라고 보면 되는 것이냐"고 물어보자, 허 청장은 "40층까지 짓는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총리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바로 턱하고 숨이 막히게 되겠다"면서 "여기 와서 보니 (재개발이 되도록) 놔두면 (종묘 앞을 가리는) 기가 막힌 경관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종묘 인근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는 국민적인 토론을 거쳐야 되는 문제"라면서 "이렇게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또 한 시기의 시정이 그렇게 마구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총리는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최근 한강버스 추진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할 것"이라며 오 시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그러자 오 시장도 즉각 김 총리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오 시장은 김 총리를 향해 "가신 김에 종묘만 보고 올 게 아니라 세운상가 일대를 모두 둘러보시기를 권한다"면서 "수도 서울의 중심이라 할 종로가 현재 어떤 모습인지,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과연 종묘를 위한 일인지 냉정한 눈으로 봐달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무총리와 공개토론을 제안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만나서 대화하자"고 말했다.
이처럼 김 총리가 이례적으로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을 향한 강도 높은 공세에 나서자, 차기를 노린 행보라는 풀이가 나왔다. 그간 김 총리는 내년에 예정된 지방선거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각각 서울시장 후보와 당권 도전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왔기 때문이다. 다만 김 총리는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지선 및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맡은 일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하며 선을 그었다.
한편 김 총리와 마찬가지로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활동 반경도 부쩍 넓어졌다. 지난달 방산 수출을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 출장을 다녀온 데 이어 이번 주는 중동 출장을 앞두고 있다. 강 실장은 3선을 이룬 충남에서 도지사 후보로 나설 가능성과 함께 서울시장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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