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주도권 빼앗길라 고강도 대응
"윤석열 때는 찍소리 못 하고 나댄다"
법무부 감찰·국정조사 등 처벌 시사
물밑선 "與에 불리 이슈" 당황·긴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2025년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뒤쪽은 김병기 원내대표.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 사태를 '친윤(친윤석열) 성향 검사들의 조작 기소·항명'으로 규정하고 법무부 감찰과 국정조사 등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며 강공 모드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이 이번 사안을 이재명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까지 거론하고 나서자 더는 밀릴 수 없다고 보고 고강도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물밑에선 이번 이슈가 민심 악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 한미 관세협상 타결 등 외교 성과와 코스피 4,000선 재돌파 등 여권의 호재를 단숨에 집어삼킨 모습이다.
"尹 때는 찍소리 못 하더니" "검찰 쿠데타"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선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들을 향한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전날 "친윤(친윤석열) 정치 검찰들의 망동"이라 거칠게 비판했던 김병기 원내대표는 "자신들 입맛에 맞거나 강압적 정부에는 한마디도 못 하는 사람들이 나댄다"고 비꼬았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검찰발 쿠데타"라 맹공했고, 황명선 최고위원은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로 덮고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에 항고를 안 해 석방할 때는 찍소리도 못 하더니 이 사건에 반발하는 것은 스스로 내란 동조 세력임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대표도 "민주주의와 헌법, 내란 청산에 대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항명"이라며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대장동, 대북송금 사건 등을 조작 기소라 지칭하고, '사건 처리 과정을 규명할 국정조사와 상설특검, 청문회 등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단 '항소 포기' 관련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조 등을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달리, '사건 수사·기소 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라 여야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선거 앞 초대형 이슈 돌출에 노심초사
민주당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친윤 정치 검찰의 조작 기소에 있으며 △항소 포기에 대한 반발은 이들 세력의 항명이란 논리를 앞세워 '외압 행사' 의혹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격의 초점을 친윤 검찰에 맞춤으로써 이 대통령을 '조작 기소의 피해자'로 위치시키고, 검찰개혁 정당성까지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이날도 사법부 개혁 압박의 고삐를 한껏 조였다.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는 전체 회의를 열고 △법원 행정처 폐지 △법관 징계 현실화 △전관 예우 금지 등의 사법개혁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그러나 물밑에선 당황하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권이 내세울 만한 외교·경제 성과가 잇따르고, 지방선거 국면 진입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야권에 공세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살펴 (항소 포기란) 무리수를 둔 것"이라면서도 "국민들에겐 '국민의힘 정권과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만큼 결코 좋은 이슈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권력의 향배에 따라 수사 의지가 달라지는 정치검찰의 망령을 법무부 장관이 다시 불러일으킨 셈"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지원 인턴 기자 jiwon1225@hanyang.ac.kr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