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인구 비율 3% 이상…주거·의료·통역 등 안정적 체류 도와
도, 기숙사 짓고 항공료·치료비 지원…향후 운영비 확보는 ‘숙제’
10일 전남 해남의 한 배추밭에서 만난 60대 농장주가 옆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에게 외국인 노동자는 ‘값싼 인력’이 아니라 사업을 함께하는 ‘동료’다. 현장 인식의 변화와 함께 지자체도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전남도는 외국인 노동자의 숙소·진료·통역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올해 전국 외국인 계절노동자는 총 9만5700명이다. 이 중 전남에서 일하는 인력이 1만5000여명으로 단일 광역단체 중 가장 많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도내 등록 외국인은 5만7000여명으로 5년 전보다 74% 늘었다. 전남 총인구의 3% 이상이 외국인인 셈이다. 11월에도 외국인 노동자 9000여명이 무·배추 수확, 마늘·양파 파종 등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전남도는 외국인 노동자를 지역 사회 구성원으로 보고 주거·의료·통역 등 생활 지원체계를 제도화하고 있다.
주거 개선의 대표 사례는 해남군이다. 한때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군은 옛 옥동초등학교 부지에 지상 3층, 40실 규모의 농업노동자 전용 기숙사를 신축해 지난 1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해남군은 “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 전용 기숙사는 전국 최초”라고 설명했다. 최대 92명이 생활할 수 있는 이 시설에는 현재 22명이 입주해 있다.
전남도는 총 219억원을 투입해 해남과 담양, 무안을 비롯한 15개 시군에서 외국인 노동자 숙소를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고 있다. 열악한 숙소 환경을 개선하고, 농가별 개별 숙소 운영에 따른 안전·위생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의료지원도 늘리고 있다. 전남도는 지역 의사협회와 협약을 맺고 건강보험 미가입 노동자에게 진료비의 30%를 감면하는 ‘안심병원’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자부담 치료비를 일부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한다.
통역·소통 지원을 위해 시군별 언어도우미를 배치하고, 항공료 지원으로 재입국률을 높이는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노동환경 실태조사도 분기별로 정례화해 숙소·노동시간·안전관리·임금체불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곡성에서 감자·멜론 농사를 짓는 이모씨는 “수확기에 인력이 안정되면서 생산성이 20% 늘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당코아(25)는 “숙소가 깨끗하고 통역 덕분에 일하기 편했다.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라오스 출신 솜푸(28)는 “문화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바다를 직접 본 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 사업 운영비가 지방재정에 크게 의존해 지속 가능성이 낮고, 국가 지원사업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의료·복지는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전남연구원은 “지속 가능한 외국인 정책으로 발전하려면 숙련노동자 유입과 체류 안정성을 고려한 전남형 이민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문성 전남도의원은 “실제 체류 외국인은 등록 인원의 두 배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법체류자의 비자 양성화와 지역특화비자 요건 완화,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이 농촌의 일상을 지탱하는 현실에서, 복지는 부수적 지원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처우 개선 등에 최선을 다해 지속 가능한 인력수급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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