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300억+단기금융상품 350억…외부 조달 필요
'초록마을 인수' 정육각 전철 밟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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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Queenit)' 운영사 라포랩스가 SK텔레콤 자회사 SK스토아의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복수의 인수 후보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로 인수에 근접한 후보자는 라포랩스 하나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라포랩스의 인수 여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육각이 무리하게 초록마을을 인수했던 사례와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유일 후보
라포랩스는 지난 4일 SK텔레콤 사옥을 방문해 SK스토아 인수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현재까지 실사를 진행한 곳은 라포랩스가 유일합니다.
라포랩스는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4050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았죠. 2021년 시리즈 A, 2022년 6월 시리즈 B, 2023년 7월 시리즈 B2 라운드 투자를 통해 누적 85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107억원이던 매출은 2024년 571억원으로 성장했죠. 2023년 3월부터는 월간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입니다. 2024년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74억원입니다. 2021년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적자 폭을 줄여왔지만 아직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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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라포랩스의 자금력을 우려합니다. 라포랩스가 매출액 3000억원 대의 '알짜 기업'인 SK스토아를 인수할만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서입니다. 라포랩스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13억원입니다. 시장에서 SK스토아 매각가로 거론되는 1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죠.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 340억원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전체 가용자금은 650억원 수준입니다.
라포랩스는 손실이 지속되면서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이 2023년까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간신히 57억원의 현금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였지만 1000억원의 매각대금을 마련하기엔 부족합니다. 이에 라포랩스는 대출성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2의 정육각 될까
이 때문에 관련업계에서는 회생 절차를 밟게 된 정육각 사례가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육각은 2016년 설립된 온라인 정육점 플랫폼입니다. 도축부터 배송까지 유통 단계를 줄인 '초신선' 시스템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연 매출 4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죠. 그해 정육각은 대상홀딩스로부터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 '초록마을'을 9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초록마을의 매출액은 1910억원으로 정육각의 5배에 달했습니다.
정육각은 이때까지 흑자를 한번도 낸 적이 없었는데요. 초록마을 인수를 위해 보유 현금과 투자금 53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370억원은 외부 브리지론을 통해 충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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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리한 인수는 결국 독이 됐습니다. 이 인수 이후 정육각과 초록마을 모두 적자를 지속했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육각은 8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습니다. 초록마을 역시 3년간 25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지난 7월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정육각과 라포랩스의 사례를 비교해보면 상당히 비슷해보입니다. 라포랩스 역시 SK스토아의 매출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역시 흑자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1000억원의 매각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라포랩스가 정육각처럼 대출을 통해 인수대금을 마련한다면 이자 부담까지 져야 합니다.
물론 차이점도 있습니다. SK스토아는 초록마을과 달리 안정적으로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라포랩스 입장에서는 SK스토아를 인수하면 즉시 흑자 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고객층이 4050 여성으로 겹치는 만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죠. 다만 SK스토아 역시 홈쇼핑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최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추세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주무부처 관심 필요
그래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라포랩스가 SK스토아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방미통위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인데요. SK스토아가 방미통위로부터 데이터홈쇼핑 사업권을 부여받은 사업자이기 때문입니다. SK스토아는 내년 4월 5년 만의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주주 변경은 이 재승인 심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 주주의 경영 안정성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외부 차입을 통해 SK스토아를 인수한다면 재승인 과정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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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홈쇼핑이 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판로 개척 차원에서 데이터홈쇼핑에게 '중소기업 편성비율 평균 70%'를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SK스토아 역시 이 의무를 지키고 있죠. 만약 SK스토아가 초록마을과 같은 결말을 맞을 경우 수많은 중소기업에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금력과 경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IPO 목적의 투기성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며 시장이 혼란해지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해당 업체 직원과 수많은 협력업체에 돌아가기 때문에 주무부처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SK스토아 매각이 연내 마무리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라포랩스 외에 이렇다 할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SK스토아 매각이 제2의 정육각 사태로 이어질지, 아니면 성공적인 M&A 사례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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