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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로봇이 온다

    AI 연계한 창업 전성시대…로봇·반도체·바이오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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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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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 혁신을 단행할 로봇 두뇌를 만들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었죠."

    초기 벤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액셀러레이터(창업 기획자)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세 번째 창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류 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손재주를 구현할 수 있는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개발하고자 인공지능(AI) 분야 석학인 신진우 KAIST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 등과 국가대표급 팀을 만들었다. 류 대표는 2006년 창업한 얼굴인식 기술 스타트업 올라웍스를 2012년 인텔에 매각하고, 이어 2013년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를 창업한 주역이다. 그런 그를 보고 미래에셋벤처투자, 해시드 등 벤처캐피털(VC)뿐 아니라 LG전자, SK텔레콤, 일본 ANA홀딩스 등에서 210억원의 투자가 몰려들며 시드 투자 국내 최고 기록을 썼다. 요즘 신 교수는 학교 대신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AI가 촉발한 산업 생태계 변곡점에서 연쇄 창업자들이 새 기회를 잡으려 뛰고 있다. 이른바 AI발(發) 벤처 3.0 시대가 열리고 있다.

    벤처 1세대로 1990년대 인터넷 통신 인프라 사업으로 도약을 이끈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은 "과거 인터넷(벤처 1.0)·모바일(벤처 2.0) 혁명에 이어 AI 혁명이 촉발한 세상에서 토종 벤처들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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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작은 기술 벤처로 출발했던 엔비디아, 구글(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현재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이처럼 벤처 생태계가 활성화되면 기술, 자본, 인재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 국가 경제 전반의 체질을 끌어올린다. 특히 기술벤처는 수출형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한국 경제 부흥을 이끌 주역이 될 수 있다. AI 시대엔 글로벌 성장을 위해 자본과 속도 싸움이 필수다.

    AI 반도체 대표 주자로 떠오른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같은 토종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도 글로벌 체급 경쟁을 벌이게 됐다. 임정욱 전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리벨리온이 아람코에서 200억원을 유치할 때 정부가 지원했듯 글로벌 벤처 육성을 위한 민관 협력 체제가 필수"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2030년까지 세계 AI 3강에 진입하기 위한 'AI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앞세우는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은 잇따라 한국 투자를 발표했다.

    최근 벤처 생태계는 낙수 효과에 따른 기대감이 높다. 국내 벤처 투자 규모도 지난해 11조9000억원으로 3년 만에 반등하고 있다. 초기 딥테크 투자 액셀러레이터인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최근 벤처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연구실이나 교원 중심으로 딥테크 창업 수준이 높아졌다. 침체기를 경험한 만큼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분위기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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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생이나 교수들 중심의 연구실 창업은 바이오 분야에서 활발하다. 최근 안젤리니파마에 5억500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한 소바젠이 대표적이다.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난치성 뇌전증 치료용 신약 후보로 창업했다. 토모큐브(세포 현미경·KAIST), 프로티나(단백질 빅데이터·KAIST), 셀비온(방사성 의약품·서울대) 등 교원 창업 기업은 코스닥에 상장했다. AI 기술과 결합해 기대가 큰 분야다.

    로봇과 반도체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로봇 박사' 오준호 KAIST 교수의 레인보우로보틱스가 2021년 코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삼성전자 계열사에 편입됐다. 최혁렬 성균관대 교수의 로봇 센서 회사 에이딘로보틱스도 있다.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업체 딥엑스는 김녹원 경희대 교수가, AI 반도체 하이퍼엑셀은 김주영 KAIST 교수가 창업했다.

    창업 경연에서도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도전! K스타트업' 대통령상은 장진아 포스텍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브릭스가 차지했다. 세포외기질 기반의 고부가가치 의료용 바이오잉크 소재를 개발한다. 전년도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받은 알데바, 라이온로보틱스도 KAIST 교수가 창업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새로운 교원 창업자만 1400명이 배출됐다. 고병철 대학기술지주 포스텍홀딩스 대표는 "매사추세츠공대(MIT)·스탠퍼드대 박사 출신 교수들이 창업하면 동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확장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며 "연구개발(R&D) 성능을 최대한 높여 출발해야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기술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산업계가 필요한 기술, 개발 과정에서 파급 효과가 큰 연구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 이용관 대표는 "미래 에너지원인 핵융합 기술은 다양한 요소기술의 총집합체라 전략적 로드맵을 잘 짜면 최종 결과물의 성공과 상관없이 의료 등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중기부는 민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 집중 지원하는 팁스(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예산을 대폭 늘렸다. 초기 스타트업 팁스 신규 과제는 올해 152개에서 내년 300개로 늘리고, 지원액도 기존 12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벤처 생태계가 선순환을 이루려면 스타트업의 가치를 키우고, 이어 투자비 회수(exit) 핵심인 코스닥 활성화까지 가야 하는 등 과제가 만만치 않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혁신은 스타트업이 만들고 대기업은 그 가치를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한국 대표 벤처들이 코스닥에서 제값을 못 받아 차라리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상황에서 어떻게 벤처 활성화를 기대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한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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