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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홈플러스 정상화 어쩌나…더 깊은 안갯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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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 기업 탐내는 새우 두 마리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에 2개 기업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며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던 매각 과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몸값 4조원, 청산가치만 3조6800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 인수전에 나선 기업들이, 연매출 고작 수억~100억원대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이 지난 10월 31일 마감한 공개입찰에 인공지능(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 업체 ‘스노마드’ 두 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뒤 반년 넘게 새 주인을 못 찾아 무산 우려까지 제기됐는데, 공개 입찰에 예기치 않은 참여자가 등장한 셈이다.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는 오는 11월 21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 뒤 같은 달 26일 오후 3시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한다.

    매경이코노미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며 입찰 희망 기업이 나타났지만, 이들 기업 규모가 작아 실제 인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연합뉴스)


    유통 경험 전혀 없는 두 회사

    홈플러스를 왜 인수하려 할까?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이들 기업의 인수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두 회사 모두 유통 경험이 없는 데다 자금력까지 미미해서다.

    2000년 설립된 하렉스인포텍은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 ‘유비페이(UBpay)’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직원 규모는 60여명 남짓이다. 지난해 매출은 3억원, 영업손실은 33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8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그럼에도 하렉스인포텍은 인수의향서에 “미국 투자자로부터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 역시 직원 10명 남짓의 적자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1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손실이 73억원에 달했다. 자본총계는 222억원, 부채총계는 1597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700%를 웃돈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8971만원으로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스노마드 지분 100%를 보유한 명선개발로부터 자금 지원도 어려운 실정이다.

    즉, 하렉스인포텍과 스노마드 모두 유통 경험은 없으며 자금 여력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홈플러스는 부채만 2조9000억원, 연매출은 7조원에 달한다. “대형 유통기업을 중소기업이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부터 말이 안 된다”는 회의론이 불거지는 배경이다.

    인지도 없는 회사들이 돌연 홈플러스 인수에 뛰어든 배경은 각각 다르다.

    하렉스인포텍은 유통 플랫폼에 모든 판매자와 소비자가 광고비 없이도 직접 연결돼 거래하는 AI 직거래 경제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하렉스인포텍이 인수보다는 시장 주목을 받아 기업가치를 높이거나 투자 유치 명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강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노마드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전국 점포 부지 가치에 주목했다. 현재 홈플러스 대형마트는 전국 123개,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297개다. 점포 대다수가 도심 핵심 입지에 있고, 보유 부동산 가치만 수조원대로 평가된다. 즉, 스노마드는 홈플러스를 인수해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재개발·재임대 수익을 기대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 부동산 운용 전문가는 “홈플러스 매장을 리모델링하거나 부지 활용도를 높이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사보단 잿밥에 더 관심?

    노동계 반발·정부 개입론 확산

    시장에서는 LOI를 제출한 두 기업 모두 실제 인수 의지는 없고, 기업 실사권 확보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LOI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제출하고 나면 매각 주관사가 운영하는 데이터룸(Data Room)에 접근할 자격이 주어진다. 즉, 홈플러스 인수보다는 전국 420여곳 점포 자산 정보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인수의향서 제출 기한이 지나더라도 회사와 매각 주관사 판단에 따라 인수의향서를 추가로 낼 수 있고 판단은 전적으로 회사, 주관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입찰 참가 자격 부여 등도 고유권한으로 참가자는 결과에 대해 이의제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개 입찰에 복수의 인수의향서가 접수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영업 정상화와 매각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수 후보가 등장한 만큼 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인수합병(M&A)이 회생의 핵심 수단일 때는 본입찰 결과가 결정적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매각 절차를 병행하는 기업회생 사건에선 본입찰 전 회생계획안을 심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홈플러스도 인수의향서를 추가로 받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는 물론 정부,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들은 추가로 입찰에 참여할 후보군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농협, 쿠팡, GS리테일,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으나 모두 부인하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홈플러스 입찰은 제대로 된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홈플러스는 매각 구조상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보유 지분은 전량 무상소각하고 신주를 발행해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신규 자금이 홈플러스에 직접 유입돼야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규모 현금 조달 능력이 없는 기업은 사실상 참여가 불가능한 구조다.

    그렇다고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마냥 시간을 끌 수도 없다. 홈플러스가 그간 쌓인 적자로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홈플러스는 지난 9월 비상 생존 경영 체계에 돌입하고 점포 추가 폐점과 희망자 무급휴직 등을 추진했지만, 매달 수십억원대 적자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법원이 파산 결정을 내린다면 홈플러스 사태는 ‘회생’에서 ‘파산’ 절차로 바뀌게 된다. 이때는 법원이 파산 선고와 함께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자산 매각과 채권자 배분 절차를 직접 관리한다. 이 경우에는 MBK파트너스의 매각 권한은 사실상 없어지고, 법원이 주도하는 공개매각이나 청산 절차로 전환된다. 어느 경우든 홈플러스 매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노동계와 정치권은 이번 사태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과 홈플러스사태해결공동대책위원회는 “두 회사 모두 유통 경험도 자본력도 없는 기업으로, MBK파트너스의 ‘먹튀 시나리오’에 들러리로 참여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대로 파산하면 2만명 직접고용, 협력·입점 업체 포함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다”며 “정부가 즉각 공공적 인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MBK-홈플러스 사태 해결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절차는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부를 수 있다”며 “정부와 공적 구조조정 기관이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의원은 “공개입찰에 유효한 인수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유암코·캠코 등 구조조정 전문기관이 공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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