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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朝鮮칼럼]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에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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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동의로

    급물살을 탈 수 있지만

    축배를 들기는 이르다

    미국의 한국 핵무장 우려

    군사기술·활용도 등 제약

    한미 동맹 결속이 선행 조건

    조선일보

    건조 중인 美 원잠 미국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 ‘일리노이’함이 2015년 미국 코네티컷주 그로턴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한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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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지구상에서는 핵추진 잠수함 약 130척을 미국(66), 러시아(31), 중국(12), 영국(10), 프랑스(9), 인도(2)가 운용하고 있다. 이를 세분화하면 핵잠수함(핵잠)과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으로 구분된다. 핵잠은 적국의 선제 핵 공격에 대비해 보복 공격용 핵무기를 심해 깊이 숨겨 핵 보복 능력을 보존하려는 것이 운용의 목적이다. 이처럼 해저 핵무기 저장소 기능을 하는 대형 핵잠은 전략핵잠수함(SSBN)이라 한다.

    이와 달리 핵무기를 싣지 않고 적국 잠수함이나 군함을 감시·추격·파괴하기 위해 운용하는 원잠이 있는데, 이를 SSN(공격원잠)이라 부른다. 이 잠수함은 가격이 디젤 잠수함의 몇 배에 달하고 원자로 가동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으나, 잠항 속도가 디젤 잠수함보다 2배쯤 빠르고 수개월 연속 잠항이 가능해 장거리 해양 작전에 매우 적합하다. 미국이 2021년 오커스(AUKUS) 회원국인 호주에 공급하기로 한 원잠이 바로 이것이며, 한국이 원하는 것도 같은 유형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잠수함용 핵연료를 제공해 달라는 우리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건조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의 원칙적 동의로 계획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지만, 축배를 들기엔 이르고 아직 넘어야 할 장애가 많다. 한국의 원잠 프로젝트가 최종 실현될 시점까지 미국 대통령이 최소 2~3번은 바뀌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 과정에서 직면할 대표적 장애물은 네 가지다.

    첫째는 미국의 핵 확산 방지 정책에 따른 장애다. 지구상 모든 핵발전소와 원자로는 매년 최소 1~12회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을 받고, 365일 24시간 IAEA 카메라의 실시간 감시를 받는다. 그러나 잠수함에 설치된 원자로는 군사용 핵 시설이라 IAEA 관할 대상도 아니고 감시 활동이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이 때문에 현재 또는 미래의 미국 정부나 의회가 이를 이용한 한국의 핵무장을 우려해 원잠 보유에 반대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미국의 군사 기술 보호에 따른 장애다. 원잠에 사용되는 원자로는 군사 무기 특성상 원전이나 SMR(소형 모듈 원자로)과 가동 방식이 전혀 다르다. 원전은 5% 미만 저농축우라늄으로 작동하나, 미국 핵잠은 90% 이상의 핵무기급 우라늄을 사용하고 러시아는 20~50%의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한다. 또 핵연료를 수시 교체하는 원전과 달리 잠수함용 핵연료는 잠수함 수명이 다할 때까지 20년 이상 계속 사용된다. 미국의 핵잠수함 추진체 기술은 첨단 군사 기술이어서 1950년대 영국 외엔 제공한 바 없고, 미군 당국은 호주에 기술을 제공하는 데도 부정적이라는 보도가 있다. 한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 사업도 중국·북한 등에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 여부가 주요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셋째는 용도상 제약이다. 한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려면 그 비싼 전략 자산을 어떤 용도로 할지에 관한 명확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한국이 장거리 작전용 원잠을 남중국해나 대만 해역에 파견해 대중국 작전을 수행하거나 중국 근해에 침투시켜 중국 함대를 감시한다면 중국과 큰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 눈치 보느라 원잠을 한반도에 묶어두고 북한 잠수함 70여 척 감시에만 이용한다면 너무 비효율적이고 비경제적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1개월간 잠항이 가능한 첨단 AIP 디젤 잠수함을 대량 건조하고 한반도 해역 도처에 감시용 무인 잠수정과 수중 센서를 배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넷째는 한미 동맹의 미래 향방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미국이 영국에 이어 호주에 원잠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건 호주가 대중국 해양 작전에 긴요한 핵심 동맹국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미국이 한국 원잠 사업을 검토하면서도 유사한 취지로 따져 볼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원잠 건조를 위한 양국 간 구체적 합의를 타결하기 위해서나, 향후 10여 년간 미국의 후임 대통령들이 이 사업을 계속 지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나, 또는 완공 후 미국의 후속 정비·보수 지원 보장을 위해서도 한미 양국의 견고한 결속과 신뢰는 필수적 선행 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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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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