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제럴드 알(R.) 포드 항공모함이 지난 4일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모습. 미 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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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미 해군 최신예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 전단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진입하며 카리브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미 해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포드 항모 전단이 미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해당 구역에는 멕시코 이남 중남미 지역과 주변 해역, 카리브해 등이 포함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포드 항공모함은 4천명 이상의 해군과 수십 대의 전술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펜타곤 대변인은 “미 남부사령부에서의 미군 전력 증강은 미국 본토와 서반구의 안보를 위협하는 불법 행위자와 이들의 활동에 대한 탐지·감시·대응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며 “이 병력은 마약 거래를 차단하고 국가 간 범죄 조직을 약화 및 해체하는 기존 역량을 강화하고 증강할 목적”으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이미 미군은 유도 미사일 구축함과 특수작전함 등을 배치해 놓은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미군 자산을 카리브해로 보내 ‘마약 운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을 격침해 왔다. 이에 따라 9월 초부터 미국은 베네수엘라 해안과 동태평양 쪽에서 최소 19차례 공습해 70명 이상을 사망케 했다.
이에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는 것이 미국의 진짜 목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군사적 대비에 나서 양국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미 언론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정부 전복 목적으로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11일(현지시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회가 승인한 국가 방위체계 법안에 서명하며 연설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민간과 군을 통합하기 위한 통합방위사령부의 즉각적인 가동을 명령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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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베네수엘라는 국가 전면 동원령에 준하는 작전태세 강화조치를 위한 훈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 명령에 따라 (미국에 맞서기 위해) 육·해·공군 등 정규군과 민병대, 미사일 전력을 포함한 전면적인 작전 대비 태세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달 동안 베네수엘라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전투 훈련까지 수행하면서 영토 수호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외쳤지만, 베네수엘라의 국방력은 미국에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베네수엘라군은 낮은 임금, 훈련 부족, 노후화된 장비 등으로 전투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미군을 상대로 ‘게릴라 전술’을 수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 실제로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마두로 정부가 게릴라식 ‘저항 전쟁 ’에 투입할 수 있는 육군과 국민방위군 병력이 약 6만명이라고 전했다 .
주변국에서도 우려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콜롬비아) 공공치안기관의 모든 정보 부서에서 미 안보·정보기관과의 통신 및 기타 협력을 중단하라고 명령을 하달했다”며 “이러한 조치는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선박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중단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약과의 전쟁이 카리브해 주민들의 인권보다 중요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리는 카리브해 지역에서 벌어지는 군사 작전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이 지역에는 우리 동포 10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메리카나 카리브해에 있는 기아나, 마르티니크 등은 프랑스의 해외 레지옹(지방 행정 구역 단위)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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