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은이 발표한 '경제위기 이후 우리 성장은 왜 구조적으로 낮아졌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2200여 개 외부감사 기업 가운데 상위 0.1% 소수 대기업만 투자 추세를 유지했다. 반면 나머지 대다수 기업의 투자는 정체 또는 감소했다. 일시적 충격이 투자나 실업률 등 경제 변수의 장기 경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이력 현상이 소수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상당수 기업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면서 경제 전반의 성장동력이 악화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는 위기를 거치며 성장 추세가 구조적으로 둔화했다"면서 "대부분 민간소비·투자 위축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특히 민간투자 둔화는 위기에서 한계기업 퇴출이 지연되는 등 '정화 효과'가 작동하지 않아 기업 역동성이 장기간 회복하지 못하는 '이력 현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또 실제 퇴출 기업의 재무 특성을 바탕으로 개별 기업의 퇴출 확률을 추정해 퇴출 고위험 기업을 식별했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4~2019년에는 해당 기업 비중이 약 4%로 추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퇴출당한 기업의 비중은 절반인 2%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2022~2024년 퇴출 기업 비중은 0.4%로, 이는 퇴출 고위험 기업 비중 3.8%를 크게 밑돈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두 위기 이후 고위험 기업군이 정상 기업으로 대체됐다면 같은 기간 국내 투자는 각각 3.3%, 2.8%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0.5%, 0.4% 더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종웅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경제의 구조적 성장 둔화를 완화하려면 금융을 지원하더라도 기업의 원활한 진입·퇴출을 통해 경제 혁신·역동성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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