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규제 폐지하는 절차 돌입
‘강한 일본’을 내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이 살상 무기 수출을 추진한다. 무기 수출을 제한한 ‘5유형(類型) 규제’를 철폐하는 절차에 돌입하는 것이다. 수출을 못 하고 내수용 무기만 생산하다가 쇠퇴한 자국 방위산업을 재건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일본유신회는 무기 수출을 제한한 ‘5유형’ 조항의 삭제를 논의할 협의체를 연내 출범시킬 예정이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지난달 연정 수립 합의문에서 내년 3월까지 이 제한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무기 수출 대상과 목적을 제한하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에 따라 5개 유형의 무기만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5유형은 ‘구난, 수송, 경계, 감시, 소해(掃海·바다의 기뢰 등 위험물을 없앰)‘이다. 말하자면 살상 무기는 해외에 팔면 안 된다는 얘기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최근 “방위 장비 이전 3원칙 운영 지침을 조기에 변경하기 위해 구체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5유형은) 철폐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일본의 무기 수출은) 세계 질서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은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각의(국무회의) 의결로 변경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평화헌법에 근거해 무기 수출을 금지했던 일본은 2014년 아베 신조 내각 때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 일부 수출을 허용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5유형의 규제를 통과한 사례는 필리핀에 경계 관제 레이더를 판매한 게 유일하다. 최근 호주 해군은 일본의 호위함을 수입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재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에 따르면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는 ‘공동 개발’과 같은 우회 방식으로 수출 허용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0년간 고마쓰, 다이젤, 미쓰이E&S조선, 스미토모중기계공업 등 100곳 이상이 방위산업에서 철수해, 국내 방위산업 기반이 크게 약화됐다”며 “수출을 통한 방위산업의 ‘규모의 경제’는 일본 자위대에도 무기 수급 단가를 낮출 대안”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집권 여당의 논의에 앞서) 국가안전보장국(NSS), 방위성 등 관련 부처는 이미 내부 검토 중”이라며 “수출 목적과 수출 대상국을 제한한 규제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에선 ‘평화 공헌·국제 협력의 적극적 추진에 이바지하는 경우’에 한정해 ‘동맹국 등’에만 수출할 수 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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