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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체감온도 40도…백년된 철길 위, 새 미래 짓는 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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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건설, 글로벌 헌터스]②현대건설 필리핀 남부철도 4·5·6공구 건설 프로젝트

    [편집자주] 'K-건설'이 아시아와 중동 등 해외 건설현장 곳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주택·사회간접자본(SOC)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는 사이 해외에서는 K-건설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사상 처음으로 '500억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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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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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마닐라 남부 문틴루파 지역. 초대형 호수인 라구나호 강변길을 따라 거대한 교각들이 하늘로 솟은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고, 형광색 조끼를 입은 현지 근로자들이 강렬한 햇빛 아래 콘크리트를 다지고 있었다.

    이곳은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남부철도' 4·5·6공구 현장이다. 11월이지만 마닐라의 햇볕은 거칠었다. 방문 당시 기온은 32도, 체감온도는 40도에 가까웠다. 그 열기 속에서도 근로자들은 묵묵히 철근을 이어 붙이고 있었다.

    남부철도는 필리핀 교통부(DOTr)가 발주한 국가사업으로, 마닐라에서 라구나주 깔람바까지 56km를 잇는다. 총 사업비는 약 1조9000억원. ADB(아시아개발은행)가 자금을 지원한다. 현대건설은 동아지질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31.5km 구간( 4·5·6공구)과 9개 정거장을 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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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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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그먼트 제작장, 24시간 불 켜진 '철도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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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 사무실/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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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현대건설의 남부철도 공사를 총괄하는 문틴루파 주사무실을 먼저 찾았다. 이날 출근자는 2230명이었다. 공구별로 몇명씩 투입됐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현황판이 있다. CCTV 화면 12개로 동시에 각 공사현장별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 이뿐 아니라 상부공, 하부공, 정거장 등 각 공사 진행 상황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며 시스템에 기록됐다. 공정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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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 세그먼트 작업장/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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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실 옆 세그먼트(segment) 제작장으로 이동했다. 24시간 가동중인 이곳에선 매일 50~55톤의 철근이 조립된다. 조립된 철근은 대형 이동장치인 '런칭 갠트리'에 매달려 옮겨진다. 여기에 시멘트를 부어 길이 2.5m, 무게 30~60톤의 세그먼트가 만들어진다.

    이 세그먼트가 교각 위에서 하나씩 이어져 철길을 이룬다. 매일 18개 정도씩 생산된다. 완성품은 2800개까지 쌓을 수 있는 야적장에 보관된다. 현재 약 2500개가 채워졌다. 밤마다 대형 트레일러가 세그먼트를 실어 나른다.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인복 현대건설 사업수행2팀 팀장은 "도로가 막히지 않으려면 운송은 밤밖에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형 작업장 안은 외부보다 오히려 서늘했다. 대형 구조물의 자연환풍 덕분이었다. 5만5000평이 넘는 부지 위에는 철근 가공장, 콘크리트 타설장, 야적장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있었다. 양생은 자연온도로 진행되며, 별도의 고온 설비는 없다. 연중 고온다습한 기후라 콘크리트 강도 확보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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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 세그먼트 작업장/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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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먼지와 교각 사이로 그려지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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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 완성된 세그먼트가 야적된 모습/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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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구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비포장 도로에 진입했다. 9개 정거장 중 하나인 산타로사 정거장 주변 시공 현장까지 가려면 비포장 도로를 몇 번이고 꺾어 들어가야 했다.

    차에서 나오자 땡볕이 온몸을 덮었고 얼굴에서 땀이 주르륵 쏟아졌다. 체감온도 40도가 실감났다. 그럼에도 현장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포크레인과 트럭의 굉음, 흙먼지 속에서 근로자들이 말뚝(pile)을 박고 있었다. 교각 위로 15m(미터)쯤 올라가자, 마닐라 남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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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 교각 위에 시공된 세그먼트 위에서 내려다 본 산타로사 지역 모습/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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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은 시골 마을. 빨강·파랑 지붕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 사이로 새로 닦인 철로가 길게 뻗어 있었다. 이 팀장은 "이 길이 완성되면 깔람바에서 마닐라까지 2시간 걸리던 출퇴근이 30분으로 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태풍·지반·전선·불법거주자까지…난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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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 교각 위에 시공된 세그먼트 위에서 내려다 본 산타로사 지역 모습/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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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은 기후보다 행정이 더 어렵다. 필리핀에서는 토지보상 절차가 복잡해 공공 부지 확보에만 수개월이 걸린다. 특히 이 구간에는 불법 거주민 약 7000가구가 철도 부지에 살고 있었다. 원래 철도청 소유였지만, 오랫동안 운영되지 않아 주민들이 이곳에 정착했다. 각 시는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이주단지를 짓고 있다.

    또 다른 난관은 고압전선 이설이다. 특히 5공구 구간에는 국가 기간 전력선이 지나간다. 라인이 두 가닥이라 한쪽을 끊으면 다른 쪽으로 공급해야 한다. 협의만 수개월 걸렸다는 후문이다. 총 공사구간의 83%에 대한 지반조사가 완료됐지만, 실제 말뚝공사 등 시공이 이뤄진 구간은 24% 정도다. 추가 부지 확보가 필요해서다.

    기후 또한 변수다. 5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에는 폭우가 잦다. 방문중인 기간에도 태풍 풍웡이 마닐라를 강타했다. 이 팀장은 "비가 오면 중장비 진입이 어렵지만, 연중 강우일을 미리 계산해 시공일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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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시공중인 필리핀 남부철도 공사현장. 파일(말뚝) 시공 모습/사진=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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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바꾸는 철도, 미래가 달라진다

    남부철도가 완공되면 필리핀 남부의 생활지도가 바뀐다. 현재 깔람바에서 마닐라 중심부까지는 육로밖에 없어, 교통 체증이 심할 경우 2시간 이상 걸린다. 스페인 지배 시절 지어져 100년이 넘은 기존 철도는 오래전 단절돼 사실상 기능이 멈췄다.

    이 팀장은 "완공 후에는 같은 구간을 3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며 "도심 집중이 완화되고 외곽 거주가 늘면서 주택 수요와 산업 입지도 함께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부철도는 55km 구간에 걸쳐 9개 역이 들어서며, 통근객뿐 아니라 물류 수송에도 직접적인 도움을 줄 전망이다. 기차역 간격이 넓고 열차가 직선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 도로 교통량이 줄면 탄소 배출도 크게 낮아져 필리핀 수도권 공기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타로사(필리핀)=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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