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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검찰도 법무부도 '손절'…노만석, 결국 '불명예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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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내부 해명 요구에 "법무부 선택지·용산과의 관계"

    정성호 장관·이진수 차관 "'항소 포기' 지시한 적 없어"

    평검사부터 검사장들까지 "지도력 상실"…사퇴 요구

    대통령실 "법무부서 면직안 제출되면 수리 방침"

    아이뉴스24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5.11.12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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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사법연수원 29기)이 12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대장동 1심 사건' 항소 포기 5일만이다. 검찰 내부는 물론 빗발치는 국민적 비판 여론에 직을 던진 셈이다.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었다. 대검찰청은 법조기자단에 "금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고만 밝혔다. 이어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퇴근길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질문을 시도했으나 노 대행은 서둘러 관용차에 올라 대검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 사건 1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이른바 '대장동 일당' 5명 전원 징역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검찰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범죄수익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명 안팎의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항소 의견을 낸 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정으로 지난 3일부터 항소장 작성에 들어갔다. 5일 정 지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검사 박철우 검사장)에 승인을 요청한 후 대검으로부터 일부 사안에 대한 검토 지시를 받았지만 6일까지만 해도 이견 없이 절차가 마무리돼 항소장 제출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항소 기간 마지막 날인 7일 오후까지 항소는 예정된 일이었다.

    그러나 대검이 돌연 항소 불허 결정을 내리고 정 지검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항소 기간을 넘겼다. 항소장을 든 서울중앙지검 직원들은 당일 10시 2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대기하다가 자정이 다 돼 복귀했다고 한다. 반면, '대장동 일당' 5명은 이미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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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대장동 일당들'. 왼쪽부터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구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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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라 검찰이 최소 7800억원이라고 공소장에서 주장한 범죄수익에 대한 다툼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대장동 일당' 5명 중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정민영 전 전략사업실장을 제외하고 검찰 구형보다 3~5년까지 형을 덜 받게 된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도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항소 기간을 넘긴 지난 8일 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됐지만 정 지검장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 노 대행이 입장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후폭풍이 시작됐다.

    그는 검찰 내부에 "대장동 사건은 일선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는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장기간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일선 검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늦은 시간까지 쉽지 않은 고민을 함께 해 준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께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책임으로 항소를 포기했지만 정 지검장도 뜻을 같이 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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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7월 4일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면담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을 나서고 있다. 2025.7.4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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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지검장이 곧바로 입장을 내고 반박했다. 그는 법조기자단에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노 대행의 "법무부 의견도 참고했다"는 설명과 정 지검장의 반박이 맞물리면서 파장은 폭발적으로 커져갔다. 당장 정성호 법무부장관에게 이목이 쏠렸다. 정 장관은 항소 포기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1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대검찰청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물론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지도 않았다고 부인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평검사부터 전국 지검장까지 노 대행에게 구체적 해명을 대대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노 대행은 이진수 법무부 차관(29기)과 대장동 사건 항소 여부를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검 과장(차장검사)들이 찾아가 면담을 요구했다. 노 대행은 이 자리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선택지가 모두 항소 포기였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노 대행이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사태를 설명했다는 말도 나왔다. 대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평검사들인 대검 연구관들이 해명을 요구하자 노 대행은 "검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무부가 제시한 선택지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차관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노 대행과 전화로 대장동 사건 항소 여부에 대해 논의한 사실은 맞다면서도 "제가 선택지를 드릴 수도 없고, 또 검찰 보완수사권과 이 사건을 연결하는 것도 내용상 이뤄질 수 없음을 잘 아실 것"이라면서 노 대행과 다른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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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2025.11.12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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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내부에서도 성토가 빗발쳤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바람이 불어서 누운 것인지 바람이 불기 전에 누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누워선 안 될 상황에서 누웠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등 지금 본인이 나서서 검찰을 죽이고 있다"며 "검찰을 이끌 능력이 안 되는, 자질이 안 되는 분으로 진작에 사퇴했어야 했다"고 노 대행을 비판했다.

    앞서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창원지검장)도 지난 1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대검 차장이 권력에 굴복하여 지도력을 상실한 지금같은 상황에, 대검의 지휘를 따를 필요도 이유도 없다"고 했다.

    검찰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정 장관과 이 차관까지 선을 그으면서 노 대행은 '대장동 사건' 항소심을 포기한 장본인으로 남게 됐다.

    대통령실은 노 대행의 사의 표명 이후 곧바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다. 노 대행의 퇴진으로 검찰은 대행의 대행체제로 운영된다. 대검 내부규칙상 직계 우선순위에 따라 차순길 기획조정부장(31기)이 대행의 대행을 맡게 된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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