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 앞은 13일 오전 8시10분 고사장 입실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한 학생은 순찰차에서 빠르게 내린 뒤 가방을 메며 빠르게 정문을 통과했다.
한 학부모는 종이를 손에 쥔 채 차에서 내려 학교 관계자들에게 자녀가 수험표를 두고 내렸다고 외쳤다.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한 여성은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 앞에 멈춰서 도시락을 학교 정문 틈 사이로 전달하기도 했다.
수험생 아들과 함께 경찰차를 타고 온 김종선씨(58)는 택시가 늦게 오는 바람에 택시·지하철·순찰차까지 이용하게 됐다며 하소연했다.
김씨는 "정말 너무했다. 택시를 불렀는데 30분 뒤에 온다고 하면서 안 오더라. 택시 기사에 전화하니 '수험생이 이용할 줄 몰랐다'고 했다"며 "우선 택시를 타고 경찰에 신고하게 됐고 경찰관 지휘하에 이대역에서 내려 혜화역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혜화역에서 경찰관을 만나 순찰차를 타고 학교로 왔다"며 "아이가 마음이 굉장히 조급할 거다. 말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많이 떨릴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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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끝나길" "추억 쌓아야죠"…고사장 앞 바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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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수험생 자녀와 함께 이른 시각부터 시험장을 찾았다. 자녀 손을 잡고 기도하거나 격려의 말을 건넸다. 오전 6시42분쯤 차를 타고 자녀와 동성고에 도착한 신모씨(50대)는 아들 등을 토닥이다 들어가는 자녀 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봤다.
신씨는 "괜히 얘기하면 그럴 것 같아서 (포옹하면서) 일부러 아무 말 안 했다"며 "오전 8시까지 학교 앞에 있을 것 같다. 밖에서도 같이 응원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만난 양모씨(58)는 출근 직전임에도 늦둥이 아들과 함께 고사장을 찾았다.
양씨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아들에게 '수능 끝나면 아빠랑 많이 놀아줄 거지'하고 물었다. 시험이 끝나면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한다"며 "세 아들이 있어 10년째 수능을 보고 있는 거 같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했다.
13일 오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 앞에서 아들과 함께 내린 신모씨가 포옹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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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학교에 갔다. 학생들은 수능이 끝나면 후련할 것 같다며 이번 수능으로 대학에 붙길 기원했다. 한 학생은 시험장 앞에서 급하게 수능 시계를 구매하기도 했다.
김모군(18)은 "최저만 맞추면 돼서 크게 긴장하지 않았는데 가족이 응원하니까 괜히 더 떨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모군(18)은 "은평구에서 오느라 일찍 왔다. 나가는 길에 부모님이 떨지 말고 잘하고 오라며 전복죽을 싸주셨다"며 "수능이 끝나면 친구와 함께 PC방에 가서 게임을 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독감 유행에 위생에 더 신경 썼다고 했다. 윤한나씨(64)는 "감기 걸리지 않게 신경을 많이 썼다. 영양제도 챙겨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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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힘들까... 수능 응원 나선 시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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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만난 황모씨. 황씨는 캐나다 국적 지인과 함께 수능현장을 찾아 수험생을 응원했다./사진=최문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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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무관한 일반 시민이 자발적으로 응원에 나섰다. 직장인 황모씨(35)는 지인과 함께 간식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수능 대박'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응원에 나섰다.
황씨는 "캐나다 친구가 수능 문화에 관심이 있어 함께 오게 됐다"며 "얼마나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지 안다. 차라리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자들을 위해 손수 간식 꾸러미를 들고 나타난 교사도 있었다. 서울자동차고등학교 교사 김선미씨(50대)는 학생들이 지각하지 않도록 한명씩 전화를 돌렸다.
보온 가방에 점심을 싸 오지 못한 학생을 위해 김밥을 준비했다. 김씨는 "다리 떨지 말고. 졸지 말고"라며 고사장에서 만난 제자들에게 조언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서 서울자동차고등학교 교사 김선미씨가 간식을 챙겨 제자들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최문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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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김지현 기자 mtjen@mt.co.kr 최문혁 기자 cmh621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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