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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고리 2호기 운행 연장 … 뒤늦게 실현된 정의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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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력안전위원회가 13일 고리 2호기 원전의 '계속 운전'을 허가했다. 영구 폐쇄되지 않은 원전 중 가장 오래된 원전이 다시 가동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가동중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날린 기회비용을 보전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지연된 정의'다.

    2023년 4월 설계 수명 40년이 만료돼 가동을 멈춘 고리 2호기의 운행 연장 결정에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은 전력 정책이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불확실성이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전을 계속 운전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설계수명 만료 2년 전에 안전성평가(PSR)를 제출해야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은 기한 내에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의도적 지연이었다. 이후 2년 반에 걸친 전문가그룹(KINS)의 기술 심사를 통해 '안전성 문제 없음'이란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원안위는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 심사에서 재가동 보류 판정을 내렸다. 원전 수명 연장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결정이었다. 원전 기본 설계 수명이 40년인 미국은 최대 80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인 93기 중 84기가 계속운전을 승인받았다. 프랑스 역시 2040년까지 운영 만료를 앞둔 원전 20기의 수명 연장을 승인했다.

    '10년 계속운전' 결정이 내려졌지만 고리 2호기 재가동 기간은 2033년 4월까지로 7년여에 불과하다. 연장기한은 가동 중단 시점부터 계산하는데, 이미 31개월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고리 2호기가 멈춰 선 기간 동안 생산하지 못한 전력을 LNG로 대체하는 데 든 비용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관련 산업과 지역사회가 입은 피해도 막대하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 도약은 원전 없이는 불가능한 꿈이다. 이미 멈춰 있는 고리 3·4호기를 포함해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추가로 만료되는 9개 원전의 수명 연장도 지체 없이 결정해야 한다. AI 시대 저렴하고 안정적인 발전원인 원전을 정치적 이유나 불필요한 행정지연으로 멈춰 세우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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