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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매경의 창] 초대형 AI 없으면 영원한 종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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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인공지능(AI)은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결정하는 강력한 기준이다. 가장 앞선 미국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전 세계의 모든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AI를 혁명을 위한 도구로 삼고 국가 경영에 AI를 폭넓게 통합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은 AI 3대 강국을 지향하고 AI 인프라스트럭처 확장과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세계 시장을 주도할 만한 초대형 AI 상품이 없다. 초대형 AI 상품은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AI 모델을 활용해 개발을 주도한다. 대표적으로 도시 AI, 국방 AI, 개인 AI가 있다. 개별 기업의 기술이나 제한된 능력으로는 도전할 수 없는 규모다.

    도시 AI는 교통, 에너지, 치안, 환경 등 도시 전체의 데이터를 분석해 도시 운영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작은 기능이나 좁은 지역의 부분 최적화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체 최적화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은 1950년 세계 인구의 30%에서 현재 56%로 증가했다. 유엔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에는 68%에 이를 전망이다. 도시 운영을 위한 AI는 선택이 아니라 가장 유망한 미래 산업이다. 도시 AI는 중국과 싱가포르가 가장 앞서고 있다.

    국방 AI는 드론이나 미사일을 탐지하고 자율 무기를 감시하는 AI 상품이다. 전쟁을 우려해 윤리 문제와 법 규제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방어 목적으로 사용한다. 국방 AI는 핵무기의 상호 확증 파괴 원리를 AI로 확장한다.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이 상호 공격하면 공격자와 방어자는 모두 파괴된다. 상대를 공격하면 우리 역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본다는 공포심을 이용해 평화를 유지한다. 국방 AI에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AI 기반의 무기 시스템, 자율 드론, 사이버 방어 등 투자와 실전 배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 이스라엘, 영국이 뒤를 잇는다.

    개인 AI는 개인의 출생에서 사망까지 생애를 통해 이용하는 상품이다. 건강, 교육, 재무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을 통합해 생애 전반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개인의 생애를 추적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금도 빅테크는 개인을 위한 비서형 AI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나 범위가 제한된다. 개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능을 융합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상품은 아직 시장에 드러나지 않았다. 개인을 위한 생애주기 맞춤형 AI 상품에 가장 앞선 국가는 미국이다. 중국, 영국, 싱가포르가 뒤를 잇는다.

    초대형 AI 상품에는 빛과 그림자가 동반한다.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지만 동시에 시민을 감시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 그래서 개별 기업이나 정부가 선뜻 나서기 어렵다. 그렇다고 기술을 멀리하고 상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위험으로 나타난다.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AI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기술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상품의 사용법을 논의해야 한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도시 AI, 국방 AI, 개인 AI에서 세계 선두와 멀리 떨어져 있다. 초대형 AI 상품을 보유하지 못하면 한국은 강국의 뒤만 따라가는 종속국이 된다. AI 강국이라는 구호를 넘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초대형 AI 상품 개발에 착수하더라도 개별 기업이 나서기에는 기술과 자원의 제약이 너무 크다. 기업은 기술을 선택하고 자원을 집중한다. 국가는 모든 기술을 통합하고 세계 시장에 조기 진입을 주도한다. AI 3대 강국은 구호가 아니라 상품과 시장으로 만들어진다.

    [윤태성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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