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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무릎 꿇고 ‘수어 인사’ 건넨 카페 점주 “선행 돌고 돌면 삭막한 세상도 좋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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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점주가 매장을 찾은 농인 고객과 수어로 인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인스타그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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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각장애인 2명이 커피숍에 앉아 수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성 직원이 커피를 가져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 채 수어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전한다. 장애인 손님들은 놀란 듯 “수어를 잘하신다.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엄지를 들어 올려 보인다.

    이 모습이 담긴 11초 분량의 동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달궜다. 조회수는 142만 회를 넘어섰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등 댓글이 잇따랐다.

    “카페를 찾는 손님이 누구든 잠깐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영상 속 주인공인 경기 안산시의 한 커피숍 점주 이모 씨(31)는 13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별것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크게 화제가 돼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인이 알려지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며 이름 공개도 사양했다.

    동아일보

    점주가 “맛있게 드세요”라고 수어로 인사하자, 고객이 “고마워요, 수어 잘하시네요”라고 화답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영상=이디야커피 안산월피현대점 인스타그램 계정


    이 씨는 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지난해 9월경 가게를 인수했다. 가게엔 청각장애인이 자주 왔는데, 이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통해 ‘주문 도와드릴까요’ 등 간단한 수어를 익혔다고 한다. 지난해 겨울 청각장애인 손님들이 커피숍을 찾았을 때도 평소처럼 응대했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을 최근 큰 뜻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렸다가 화제를 모은 것이다.

    이 씨는 여성 이주 노동자가 커피숍에서 업무를 보고 쉴 수 있도록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일과 쉼 사이’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SNS에는 ‘배달 기사님께 무료 음료 제공’ ‘퇴근할 땐 (직원끼리) 서로 안아주기’ 등 훈훈한 일상도 함께 올리고 있다. 이 씨는 통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삭막한데 선행이 돌고 돌다 보면 세상도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요.”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김다인 인턴기자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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