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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검찰과 법무부

    떠나는 노만석 "정권과 檢 완전 역방향…생난리 친 4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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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동 항소 포기 책임지고 14일 오전 퇴임식

    "받아들인 순간 내 결정…외압 주장은 우스워"

    "후배들 사퇴 요구 가슴 아팠지만 조직 위한 결단"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14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갖고 26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친다. 그는 대장동 1심 판결 항소 포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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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동 항소 포기’로 검찰 내부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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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대행은 지난 1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권하고 검찰이 방향이 같았으면 무난했을 텐데 솔직히 지금은 완전히 역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청을 폐지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결이 다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윗선 요구 받아들인 순간 내 결정”

    노 대행은 항소 포기에 대한 법무부의 압박 의혹에 대해 “모든 것은 나의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윗선의 생각이 내 생각과 다를 경우 선택지는 끝까지 맞서 싸우든가 받아들이든가 딱 2가지”라며 “받아들이는 순간 그건 내 생각이고 내 결정이 됐기 때문에 이제 와서 외압을 받았다는 건 우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윗선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뒤늦게 ‘외압이다’ ‘압력이다’ 하면 온 천지에 직권남용이 남발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평검사부터 검사장까지 사퇴 요구가 이어진 데 대해 노 대행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움켜쥐며 “여기가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좋아했던 후배들이 찾아와 ‘이제 나가달라’고 하는 것도 아프고, 온 천지가 다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어 “나는 조직을 위해서 결단을 내린 건데 너무 아팠다”면서도 “다 내가 내린 결정 아니겠냐”고 했다.

    노 대행은 후배들의 울분에 대해 “우리 검사들을 대변하는 게 아니고 옛날부터 헌신을 많이 했다”며 “그게 전부 부정을 당하니 지난 6개월간 쌓였던 조직 내부의 울분이 지금 터진 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직 내 시간이 지나면서 울분이 또 고름이 쌓이면 누군가는 받아 줘야 하는데 ‘내가 받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에게 수사받을 권리 국민에게 줘야”

    노 대행은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정부가 국민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렇다면 검사에게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권리도 국민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에 고발해 수사를 요청할 수도 없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억울함을 검사에게 수사해 달라고 할 수도 없다면 국민주권 시대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검찰 불신에 대해서는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지만 검사는 멀쩡했던 사람을 죽이는 직업”이라며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수사권은 검찰의 권리가 아닌 의무고, 전건 송치는 경찰 같은 수사기관을 통제하고 죄지은 사람 처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했다.

    노 대행은 대검 검사들에게 항소 포기를 후회한다는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내가 닥터 스트레인지였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 1000가지, 1만가지 선택지 중에 하나의 정답을 찾을 텐데, 내가 그 때 정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행은 지난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 퇴임 이후 133일간 총장 대행을 맡았다. 그는 “정말 온몸으로 검찰을 지켜보려고 생난리를 친 4개월이었다”며 “하지만 공직자는 벼슬이 거두어지면 뒷말 없이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26년간 검사 생활을 마치며 그는 “검찰은 검사들의 조직이 아니다”라며 “6000여명의 수사관과 2000여명의 실무관·행정관까지 1만명이 몸담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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