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책임 지고 133일만에 사퇴
盧 "검찰, 항명·집단행동으로 보는 시각 안타까워"
"단순히 검찰청 폐지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 지속"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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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행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검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 스스로 물러나는 만큼,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들에 대한 징계 등 논의는 부디 멈추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구성원들이 검찰의 기능과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를 내부적으로 전한 것임에도 이를 항명이나 집단행동으로 보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노 대행은 “모든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 된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성원해 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2000년 대구지검을 시작으로 26년간 검사 생활을 해온 노 직무대행은 “막상 이 자리에 서게 되니 서울, 대전, 부산, 광주, 수원, 거창 등지에서 근무하는 동안 저와 함께 고생했던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떠오른다”며 “지난 시간 함께 일해왔던 선후배 검사, 수사관, 실무관 등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검찰 개혁 논의에 대해 “우리 검찰이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법치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 온 진심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로 인해 국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단순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에만 몰두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노 대행은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인력부족·사건폭증 등으로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차분하고 묵묵하게 국민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검찰 가족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후배 검사들의 선배로서, 검사와 다른 수사기관을 구분 짓는 핵심 표징으로서 ‘수사와 공소유지’가 갖는 엄중한 의미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설득력 있는 모습으로 결정하고 소통하지 못한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노 대행은 검찰 구성원들에게 “이제는 갈등과 반목보다는 모두가 힘을 합쳐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나갔으면 한다”며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설정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럴 때일수록 뒤돌아서기보다 서로 손 내밀고, 옆에 있는 동료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을 터놓고 대화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차이를 인정하되 한 발씩 양보해 그 차이를 좁혀나가고, 기본으로 돌아가 ‘국민 곁을 지키는 검찰’이 되기 위해 우리 검찰 가족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노 대행은 “이러한 노력이 지속 된다면, 지금까지의 우리가 그러했듯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순간이 다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저의 뒤를 이어 인품과 실력, 덕망을 두루 갖춘 분이 오셔서 검찰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다독이고 조직을 잘 추스르기를 소망한다”며 “다가올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오면, 검사로서 일했던 순간들, 검찰 가족 여러분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대행은 대장동 1심 판결 항소 포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퇴임한 지 133일 만이다.
노 대행 퇴임으로 당분간 검찰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차장검사,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동시에 공석이 돼 16년 만에 검찰 빅3가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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