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경정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2025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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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 파견 기간이 두 달 연장된 백해룡 경정이 ‘세관 마약 연루’ 의혹(마약 게이트) 사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자체’ 보도자료를 냈다. 백 경정은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 또한 (백해룡팀)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고 강조한 반면, 동부지검은 해당 부분에 대한 백 경정의 이해 충돌 우려 등을 제기하며 보도자료와 선을 그었다.
백 경정은 14일 오전 에이4(A4) 용지 12장 분량의 ‘백해룡팀’ 보도자료를 내고,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동수사팀은 전 국민의 관심사인 마약 게이트 사건을 ‘피의사실’이라는 이유로 담을 쌓아 국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를 침해해왔다”며 “국민께 경과를 보고하면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다룰 사건의 범위로 마약 밀수에 관세청 등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혐의 외에도, 검찰이 사건을 덮어 은폐하는 방식으로 가담한 혐의, 대통령실·경찰 지휘부가 마약 수사에 외압을 가하고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동부지검이 지난달 “백 경정은 수사외압·은폐 의혹의 고발인 또는 피해자의 지위”라며 “수사 은폐 의혹 등 백 경정이 피해자가 아닌 사건 수사를 담당하게 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상충하는 내용이다.
백 경정은 당시 마약 밀수와 관련해서도 그간 주로 이야기된 2023년 1월27일 4kg의 마약 밀수뿐 아니라, 같은 해 2월27일까지 말레이시아 마약운반책 6명이 신체에 마약을 부착한 상태로 11~12차례에 걸쳐 최소 120kg의 마약을 운반한 부분을 집중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취급 사건기록에 담긴 인편 밀수 및 화물 밀수 현황표를 공개했다. 백 경정이 공개한 현황표를 보면, 운반책들은 인당 3.5∼4㎏, 총 120㎏ 상당의 필로폰을 복부, 등, 허벅지, 팔 등에 부착한 채 인천공항과 김해공항 등으로 입국했다. 백 경정은 “필로폰을 신체에 덕지덕지 부착한 상태로 세관의 가담 없이 보안이 우수하기로 소문난 대한민국 공항을 뚫어낼 수 있었을까?”라며 “검찰은 두 차례나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사건을 다루면서도 한 번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백 경정은 당시 검찰 등의 수사 방해 의혹도 수사 대상으로 강조했다. 백 경정은 “지난 2023년 10월10일 영등포서 마약수사전담팀 사건 브리핑 당시 전담팀을 적극 지원했던 남부지검 특수부(형사6부)가 당일 해체되고, 특수부 소관이던 마약 사무를 형사3부로 졸속 이전한 경위와 관련자 등에 대해 수사하겠다”면서 “검찰이 정기인사 한 달 뒤 급박한 인사조치를 내리고, 이후 수사팀의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5명인 백해룡팀 인원을 최소 15명으로 늘려달라고 검찰과 경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애초 이날까지로 예정됐던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 기간은 종료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내년 1월14일까지로 두 달 연장됐다. 경찰청은 전날 파견 한 달 만에 백 경정이 요구해온 형사사법포털(킥스·KICS) 사용 권한도 부여했다. 킥스는 검찰·경찰 등이 수사·기소·재판·집행 등 전 과정을 전자화해 열람·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전산 시스템이다. 킥스는 경찰과 검찰 쪽이 나뉘어 있는데 어느 쪽 시스템을 사용하게 할지 두 기관 사이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파견 한 달 동안 백 경정에게는 킥스 사용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백 경정은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킥스 접속을 허용하지 않아 수사 착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동부지검은 백경정팀의 보도자료와 선을 그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우리 쪽과 상의해서 나온 보도자료가 아니”라며 “수사 범위에 대한 부분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수사는 중복수사, 인권침해 및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예컨대 경찰관은 수사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사건에 대해 수사를 회피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원칙을 백 경정에게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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