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삶의 질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잘 사느냐’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필자는 지난 9월부터 미국 위스콘신에서 70대 이상의 시니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건강한 노후와 장수 비결을 직접 보고 듣고 있다. 매일 아침 YMCA 커뮤니티 센터에서 운동을 함께하고, 준비한 김밥과 따뜻한 차를 나누며 은퇴 전후의 삶을 나누는 시니어들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그중 특히 인상 깊었던 이들은 70대 후반의 신디(Cindy)와 숀(Shawn) 부부이다.
사진: 미국 위스콘신, YMCA 커뮤니티 센터의 신디(Cindy)와 숀(Shawn) 부부 - 이용규 칼럼니스트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디 부부는 ‘균형 잡힌 삶’을 우선순위로 두며 살아가는 대표적 사례이다. “부(富)는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지만, 건강하고 안전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 재정적 안정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 부부의 철학이다.
신디(Cindy)와 숀(Shawn) 부부의 ‘은퇴 준비의 지혜’
신디 부부는 40대 초반부터 세운 노후 계획 덕분에 지금의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신디 부부의 행복한 노년을 위한 일곱 가지는 다음과 같다.
▶ 건강(Health)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모든 행복의 기반이다.
하버드대 연구에서도 건강은 삶의 만족도와 장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YMCA 커뮤니티 센터에서의 꾸준한 운동으로, 사소한 질병 외에는 큰 병 없이 지내고 있다. 가끔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지만 영양 밸런스를 유지하려 노력하며,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보험으로 의료비 부담을 줄였다.
▶ 재정(Finances)
두 번째는 안정과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충분한 재정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의 직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퇴직연금을 준비했다.
그들의 목표는 큰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은퇴 후에도 불안하지 않도록 퇴직연금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문가와 함께 설계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생활비, 의료비, 여가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70대 후반의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서 ‘재정적 걱정 없는 자유’를 누리고 있다.
▶ 주거(Housing)
은퇴 후 아들이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고민했지만, 결국 익숙하고 편안한 지금의 집에 머물기로 했다.대출이 없는 현재의 집은 ‘심리적 안식처’이자 ‘노년의 자립 상징’이 되었으며, 1층을 리모델링해 노년에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익숙한 공간과 이웃, 그리고 추억이 주는 안정감이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큰 자산이다.
▶ 가족과 친구(Family & Friends)
형제자매와 가까이 살면서, 매주 일요일 아침을 함께 나눈다. 이 작은 모임이 정서적 안정과 소속감의 근원이 된다. 또한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과 새로운 만남은 외로움을 예방하고 삶의 활력을 더한다.
▶ 사회적 관계(Social Relationships)
신디 부부에게 교회는 사회적 관계의 중심이다. 교회 봉사활동과 지역 푸드뱅크 자원봉사는 삶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양보다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몇몇 진정한 친구들이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 학습(Learning)
신디는 독서 모임과 온라인 스페인어 수업을, 남편 숀은 우쿨렐레 동호회를 통해 ‘배움의 즐거움’을 이어간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은 뇌 건강을 유지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 된다.
▶ 여가와 취미(Leisure & Hobbies)
여가 시간에는 독서와 글쓰기로 자신을 표현한다. 신디는 은퇴 후 소설을 출간하며 ‘나이 들어서도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행 역시 삶의 중요한 일부다. 이제는 먼 곳보다 집 근처를 탐방하며 일상의 즐거움을 느낀다.
100세 시대,행복의 조건
필자가 신디 부부의 삶에서 배운 지혜는 비움과 절제,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노화는 상실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지혜와 통찰을 가져온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노년은 더욱 단단해진다.
필자가 YMCA 커뮤니티 센터에서 함께 운동하고 김밥을 나누며 교류했던 현지 시니어들은 낯선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배우는 진정한 이웃이 되었다.
캐시(Cathy) 부부, 페이(Faye) 부부를 비롯해 함께해 준 모든 시니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100세 시대의 지혜로운 노년은 멀리 있지 않다. ‘꾸준한 운동, 절제된 생활습관,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가장 든든한 노후 설계의 기반이다.
은퇴 후에도 삶의 목적과 의미를 유지하는 것은 정신적 건강의 핵심이다. 봉사, 학습, 소통을 통해 자신만의 역할을 이어간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신디 부부의 삶은 우리에게 말한다.
“행복은 크고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만족감 속에 있다.”
100세 시대의 지혜로운 노년은 화려함이 아닌 ‘꾸준한 운동·절제된 생활·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한국과 미국의 모든 시니어들에게 신디 부부의 이야기가 따뜻한 울림으로 전해지길 바란다.
[이용규 칼럼니스트, 한국생애설계사(CLP), 협회 소상공인 실전창업 전문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