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 박성재 2차례 기각
법원 “자료 종합해도 다툼의 여지”
황교안 영장엔 “구속 필요성 부족”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밤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은 앞서 지난달 박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었다.
그래픽=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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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특검은 법무부와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 수색하고, 여러 참고인을 조사하는 등 한 달간 보강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법원은 “종전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거듭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검이 실체 규명보다 구속 자체를 목표로 한 과잉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라고 했다.
특검이 내란 선동 등 혐의로 청구한 황 전 총리에 대한 영장도 14일 새벽 기각됐다. 특검은 지난 12일 황 전 총리를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며,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했다. 이미 사실 관계와 관련한 증거는 확보돼 있고 도주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특검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뜻이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새벽 대기하던 구치소를 나오며 “말도 안 되는 구속 시도였다”며 “(구속) 사유를 적은 두꺼운 자료에 나와 관련된 건 한 페이지도 안 된다”고 말했다.
내란 특검은 지난 6월 18일 수사 개시 후 약 5개월간 총 10명에 대해 11번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5차례 영장이 기각됐다. 박 전 장관과 황 전 총리에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특검이 두 축으로 수사한 내란과 외환 의혹의 핵심 인사들 영장이 줄줄이 기각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정부를 ‘내란 내각’ ‘내란 선전·선동’ 프레임에 묶으려는 특검의 정치적 수사가 번번이 법원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출범 초기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하는 등 속도를 냈던 특검이 수사 종료 기한이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무리한 수사를 벌어다 역풍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검 수사팀 내부에서도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내란 특검이 신병 확보를 시도할 인물은 사실상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추 의원도 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적잖다. 특검은 추 의원이 고려대 2학년이던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을 경험했던 점을 근거로 “이번 비상계엄의 위법성 역시 인식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추 의원 측은 “특검은 사전 계엄 모의를 위한 회의 참석 기록 등 직접적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며 “원내대표로서 통상적인 활동, 대통령실의 여당 의원 초청 만찬 등을 계엄에 동조한 것으로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억지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했다. 추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오는 27일 국회에서 가결되면, 곧이어 법원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리게 된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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