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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하루 한 벌 못 팔던 K패션, 일본서 월 5억…수출 하늘길 만든 무신사[New &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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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복 일리고 남주미 대표 인터뷰
    창업 4년, 무신사 통해 일본 공략
    마케팅 현지화·물류 전진 배치 성과
    마뗑킴 등 일본 오프라인 진출 지원


    한국일보

    남주미 일리고 대표가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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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사업을 시작한 여성복 브랜드 일리고의 남주미(30) 대표는 올해만 일본에 다섯 번 다녀왔다. 월 매출 5억 원을 올리면서 빠르게 크고 있는 현지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한 벌을 팔지 못한 적도 있는 창업 초기와 비교하면 눈부신 성장이다. 회사를 세운 지 4년 만에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는 일리고 옆엔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있다.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남 대표는 대학생 때만 해도 영상·영화를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옷을 더 좋아하긴 했으나 패션피플로 불릴 정도까진 아니었다. 2019년 어린이가 밤에도 사고 위험 없이 다닐 수 있는 '키즈 안전 의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인생 방향이 바뀌었다. 디자인, 생산, 판매를 도맡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패션의 기초도 몰랐다고 당시를 떠올린 남 대표는 디자이너들을 찾아 일타 과외를 받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1년을 브랜드 준비에 쏟았다. 사이트 제작, 브랜드 로고 디자인 등 모든 일을 혼자 해내면서 2021년 일리고를 창업했다. 남 대표는 '사람과 사람, 브랜드와 고객,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일리고로 정했다. 일리고는 라틴어로 연결하다는 뜻을 지녔다.

    남녀 구분 없이 입는 유니섹스 스타일의 의류를 앞세운 일리고는 창업 직후 많은 업체가 그러듯 쓴맛을 봤다. 하지만 여성용 '시그니처 백'이 입소문 나면서 2022년 무신사와 여성 의류에 강한 무신사 자회사 29CM 입점에 성공했다. 무신사, 29CM에 들어간 시기에 브랜드 콘셉트를 여성복으로 바꾼 건 회사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전환점이었다. 남 대표는 "저는 센스가 뛰어나지도 유행을 민감하게 뒤쫓지도 못한다"며 "저 같은 사람이 훨씬 많을 텐데 이들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신사가 기획하는 할인 행사 등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린 일리고는 2023년 하반기 글로벌스토어에도 둥지를 틀었다. 남 대표는 글로벌스토어에서 제품을 판매하자마자 무신사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2023년 9월 100만 원에 불과했던 월 매출이 두 달 뒤인 11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때 4,000만 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일본에 물류 기지, 이틀 내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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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사는 10월 3~26일 일본 도쿄에서 연 팝업스토어에 8만2,000명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무신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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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리고는 브랜드를 떠오르게 하는 숫자 '129'가 적힌 의류 등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무신사를 통해 일본에 진출한 브랜드 중 매출 5위 안에 든다. 단독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힘든 상황에서 글로벌스토어 입점은 그 자체만으로 현지 소비자에게 일리고를 홍보할 수 있는 계기였다. 제품을 일본으로 알아서 전해주는 간편한 배송도 큰 장점이었다. 남 대표는 "무신사가 성장하는 만큼 일리고도 큰다"며 "무신사는 브랜드에 있어 꼭 필요한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무신사는 일리고 등 K패션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브랜드 입장에선 무신사가 '수출 하늘길'을 만들어 준 셈이다. 특히 무신사가 진출한 13개국 중 최대 시장인 일본에서 K브랜드는 활약하고 있다. 무신사 집계 결과 2분기 기준 일본 거래액, 구매 고객은 각각 98%, 97% 뛰었다.

    무신사는 K패션 브랜드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이 일본 시장에서 통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인기 급상승', 'K팝 아이돌 착용' 등 일본 소비자 취향에 맞춘 브랜드·상품 큐레이션 전략이 성과를 냈다. 올해 도입한 물류 전진 배치 서비스는 일본 시장 거래액을 더욱 늘릴 수 있다고 기대하는 요인이다. 일본 현지에 둔 물류 창고는 일주일 정도 걸리던 평균 배송 기간을 하루이틀로 앞당겼다.

    무신사는 국내 브랜드의 일본 오프라인 진출도 돕고 있다. 무신사와의 협업 아래 4월 도쿄 시부야에 문을 연 마뗑킴 일본 1호 매장이 대표적인 예다. 또 10월 3~26일엔 도쿄 팝업스토어를 열고 80개 K패션 브랜드를 일본 소비자에게 소개했다. 이 행사는 8만2,000명이 현장을 찾으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무신사는 일본 사업에 더 속도를 내기 위해 일본 법인 신임 대표로 이케다 마이크를 선임하기도 했다. 그는 25년 동안 일본 패션업계에서 일하면서 오클리, 보스, 닥터 마틴 등 글로벌 브랜드의 일본 법인장을 맡았다. 무신사 관계자는 "한국 패션 브랜드는 일본 시장에서 차별화된 브랜딩과 상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K패션 부문을 만들었다"며 "독창적이고 뛰어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 선보이면서 일본 영향력 확대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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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미 일리고 대표가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사무실에서 제품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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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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