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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美 해군총장 “韓 핵추진잠수함, 對중국 억제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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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해군 최고 지휘부가 우리나라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역사적 순간’으로 평가하며, 이 전력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전망을 공식화했다. 북한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췄던 우리나라 핵추진잠수함 도입 논의가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더 큰 지정학적 구도에 본격 편입됐음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대만 유사시 한국 역할론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14일 서울에서 내·외신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커들 총장은 잠수함전력사령관을 지낸 잠수함 전문가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 핵추진잠수함이 중국 억제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미군 해군에 인도될 선박 작업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있다. /한화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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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 위협 또한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특정 국가를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며 외교적 수습에 나섰다.

    커들 총장은 “미국은 동맹과 협력해 핵심 위협에 해당하는 중국 관련 공동 목표를 달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양국의) 전략적 계산에 포함돼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커들 총장은 외교적 수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추진 자체를 “한미 양국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과 파트너로서 여정을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자행하는 ‘회색지대 도발’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회색지대 도발이란 전면전이나 무력 충돌로 가기에는 낮은 수위로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근 중국이 서해 등에서 구조물을 설치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커들 총장은 “이런 행태를 방치하면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적인 행동이 정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며 “일정한 선을 넘을 경우 한국과 함께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문제에 대해선 훨씬 더 공격적이고 직접적인 언급을 아끼지 않았다. 커들 총장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강대국 간 충돌이 생기면 ‘전력 총동원’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 말할 순 없다”면서도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대만 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뿐 아니라 사실상 한국군 역시 어떤 형태로든 개입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한편 커들 총장은 북한의 해군력 증강에 대해선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다만 “한국에 대해선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특히 “규모는 작지만,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억지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커들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개인적인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별세한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였다”며 “한국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부친께선 생전에 한국 경험을 매우 따뜻하게 기억했고, 한국 국민에게 받은 환대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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