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에는 큰 책임 따라...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및 한국군 역할 있을 것”
2024년 11월 18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원자력추진잠수함 컬럼비아함(USS Columbia, SSN-771)이 군수품 적재와 승조원 휴식을 위해 입항하고 있다. 길이 110m, 폭 10m, 배수량 6900톤급의 컬럼비아함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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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한국이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을 건조하게 될 경우 “그 잠수함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지난 14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내·외신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한국 원잠이 중국 억제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는 중국을 ‘경쟁적 위협(pacing threat)’으로 규정하며 “미국은 동맹과 함께 협력해 핵심 경쟁적 위협인 중국 관련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2002년)의 대사를 인용하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잠 도입의 필요성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설명하면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북한의 해군력에 대해서는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에 대해선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커들 총장은 “한국은 원잠을 지구 차원으로 파견할 책임을 갖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이 원잠을 건조하게 될 경우 그 역할은 대북 억제가 아닌 대중 견제 등 미 전략 차원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다.
미 해군 잠수함전력사령관 등을 지낸 커들 총장은 한국의 원잠 추진에 “한미 양국 모두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미국이 한국과 파트너로서 여정을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유사시 주한 미군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강대국 간 충돌이 생기면 ‘전력 총동원’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 말할 순 없으나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최근 서해 구조물 등 중국의 ‘회색지대 도발’에 대해선 “힘을 위한 평화”가 최선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행태를 방치하면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적인 행동이 정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한편, 커들 총장은 한국 내에서 미 해군 전투함을 건조하는 문제에 대해 “규제로 인해 복잡한 문제이지만, 저는 이 문제를 계속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조선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고, 한국이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미국 내 투자를 하는 것뿐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 선박 건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반스-톨레프슨법’을 통해 미 해군 함정의 외국 내 건조를 금지하고 있는데, 해군력 재건을 위해 조선업 역량을 갖춘 한국에서 미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는 취지다.
커들 총장은 이번 방한 기간에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체들의 조선소를 직접 방문하며 인력과 시설을 확인했다.
커들 총장은 올해 별세한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였다는 점을 소개하고 “한국은 개인적으로도 특별한 나라”라며 “부친께선 생전에 한국에서의 경험을 매우 따뜻하게 기억했고, 한국 국민에게 받은 환대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라고도 전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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