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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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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총장 “한국 핵잠, 중국 억제 활용은 자연스런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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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방한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에서 한국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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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한국이 건조할 핵추진 잠수함(핵잠)과 관련해 “그 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이 ‘핵심 경쟁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과 관련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방한 이틀째인 14일 오후 서울에서 한국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핵잠의 역할에 대해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를 인용하며 “한국도 언젠가는 그 잠수함들을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핵잠이 특정국가를 의식한 것이 아니다’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1일 경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핵잠이 특정 국가를 의식한 것이 아니라 자주적 역량 확보 차원’이라고 중국 쪽에 설명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핵잠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커들 총장은 ‘한국의 핵잠이 중국을 억제하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해군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도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이런 능력은 그 전략적 계산에 포함되어야 할 요소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한-미 조선협력과 핵잠 건조 장소에 대해서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함정을 건조하게 될지는 현재로서는 확정된 바가 없으며, 앞으로 더 논의하고 결정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4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타결 관련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핵잠 건조 장소와 관련해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 건조 위치에 대해선 정리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커들 총장은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이 설치한 구조물 등 ‘회색지대 논란’에 대해 “한국 주변 해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런 유형의 활동이 관찰되고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한미) 양국 간에는 이런 활동에 대해 강력한 억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힘을 통한 평화’ 접근법이 여기에 맞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커들 총장은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두고도 한국과는 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 미군과 한국군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그런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과 기여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접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대니얼 드리스컬 미 육군장관이 방한해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주한미군이 모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위협을 막는 데 최우선적 목적을 두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한 커들 총장은 지난 13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관을 예방했다. 그는 14일 오전에는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오후에는 진영승 합참의장을 만났고 15일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한국 조선업의 기술 역량을 확인했다.



    아래는 커들 총장과 한국 기자들간의 일문일답.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가치가 어떻게 바뀌는지, 그 전략 속에서 한국의 핵잠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는지 설명 부탁한다.



    “오늘 그 합의 관련 보도가 나온 건 저에게도 새로운 소식이었지만, 그동안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 건조를 지원하며 함께 나아가기로 한 것은 양국 모두에게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핵잠을 보유한 나라와 재래식 잠수함만 보유한 나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핵잠은 훨씬 높은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고, 특히 장기간 수중에서 은밀하게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전략적 가치를 만든다. 이런 능력을 갖추는 일은 어느 나라에나 큰 사업이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게도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고, 미국이 이런 여정을 한국과 파트너로서 함께할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이 능력을 확보했을 때의 전략적 가치는, 전 세계 어디로든 실질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한국도 언젠가는 그 잠수함들을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며, 단지 지역 중심의 해군이 아니라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전환기에는 미국, 일본, 한국, 호주 그리고 서태평양 지역의 다른 뜻을 같이하는 해군들이 공통의 목표를 향해 계속 협력하고, 현재 보유한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한국이 핵잠을 확보하게 되면, 한국 해군과 한·미 연합 해군 전력은 어느 정도까지 강화될 것으로 보는가. 또 한국의 핵잠이 중국을 억제하고, 더 넓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해군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한국이 핵잠을 보유하는 것과 무관하게 우리는 이미 매우 강력한 동맹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다. 핵추진잠수함 같은 체계를 개발하는 데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그 기간 양국 관계는 자연스럽게 더 가까워지고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잠수함 때문이 아니라, 이미 견고한 관계가 해마다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력은 아주 긴밀하게 이어질 것이다. 그 잠수함을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종류의 능력을 갖추게 되면, 미국은 동맹으로서 함께 협력해 미국이 우리 핵심 경쟁적 위협(pacing threat)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과 관련된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한국도 상당 부분 중국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이런 능력은 그 전략적 계산에 포함되어야 할 요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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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15일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를 방문한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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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조선소에서 미국 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보고 위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미국은 현재 조선 능력 측면에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을 자신의 임기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 가운데 하나로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저 역시 그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국 함정을 건조하는 조선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저는 한국이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미국 내에서 진행하는 투자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미국 함정 건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투함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미국에는 존스법(연안무역법 27조)이 있고, 관련 입법과 규제, 그리고 의회의 관심이 뒤따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세부 사항들을 조정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저는 이 문제를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조선 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들을 모색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존스법이 처음 제정될 때 전제로 삼았던 상황들이 지금도 유효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미국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파트너 국가들로 조선 기반을 확대하는 문제는 미국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중국의 ‘수량’이, 지금 미국이 가진 질적 우위를 압도하게 되는 전환점이 올 수 있다고 보는가. 중국의 수적인 우세가 미국의 질적 우위를 뒤집을 수 있다고 보는가.



    “‘수량 자체가 하나의 질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물량’이다. 그래서 규모는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서는, 미국이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이는 미국이 가진 군사 능력 자체가 우수하기도 하지만, 그 능력을 실제 현장에서 운용하는 장병들 덕분이다. 매일 함정에 탑승해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해군 장병들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게 훈련된 가장 용감한 이들이다. 이 점이 바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며, 중국이 그 부분을 따라잡을 것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미 해군 함정을 한국에서 건조하는 협력’과 관련해, 현재 어떤 구체적인 플랫폼이 검토되고 있는지, 또 대략 어떤 일정이 논의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당장 생각해 보면, 보급함, 지원함, 유조선, 상선, 자동차 운반선과 같은 대형 상선 등은 거의 제약 없이 즉시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분야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투함으로 넘어가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전투함 건조에는 거쳐야 할 법적 절차와 조약, 그리고 전투함을 어디에서 건조하는지에 민감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그러한 기대와 이해관계를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의 조선소들이 긴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미국의 조선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한국 조선소 방문이, 향후 미 해군 함정의 건조나 정비를 한국에서 수행할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예비 점검 차원인지, 또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볼 계획인지 궁금하다.



    “이번 방문을 특정한 목적과 바로 연결해 볼 필요는 없다. 해군참모총장이자 평생 잠수함 장교로 복무해 온 사람으로서,저는 그동안 많은 조선소를 직접 둘러봤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한국의 두 조선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배우는 데 있다. 어떤 점을 참고할 수 있을지, 어떤 기술과 자율화 시스템을 활용하는지, 작업 공정과 작업 지시서는 어떻게 관리하는지, 공급망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인력의 숙련도와 동기부여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또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생산 현장을 확인하면서, 여기서 배운 내용을 미국 조선소 운영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방문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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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1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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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과 관련해, 남중국해에 이어 한국 주변 해역에서도 중국의 활동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동맹 차원의 대응과 이런 새로운 활동을 어떻게 모니터링할 계획인가.



    “중국의 회색지대 활동은 전 세계적인 우려 요인이다. 한국 주변 해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런 유형의 활동이 관찰되고 있고, 우리는 이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이 더욱 중요하다. 양국 간에는 이런 활동에 대해 강력한 억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고, 우리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힘을 통한 평화’ 접근법이 여기에 맞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활동들은 제가 쓰는 표현으로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나 ‘래칫’과 같은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자신이 삶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혹은 톱니가 조금씩 올라가면서 새로운 기준으로 굳어지는 것처럼, 이런 행태를 방치하면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적인 행동이 정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 목표는 미 7함대, 미 태평양함대, 다른 합동전력 구성요소들, 그리고 한국과 함께 이런 행동이 용인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해군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훼손하는 행태가 일정 선을 넘는다면, 그 시점에서는 분명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과 긴밀히 공조하여 이 문제에 관한 공통된 시각을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제력 때문에 이런 활동을 보면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망설여질 수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힘을 통한 평화’ 모델이 최선의 접근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핵추진 잠수함이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고, 오늘은 한국 측에서 이 잠수함이 한국에서 건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핵잠이 실제로 어디에서 건조되는지, 또 왜 양측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가 나오는지 설명해 달라.



    “이 문제는 원칙적으로 백악관에 문의하셔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조선소는 상당한 생산 능력과 시설을 갖춘 곳으로 그 역량을 어떤 우선순위로 배분할지, 그리고 한화가 미국 측을 어떻게 지원하게 될지를 두고 조율이 필요하다. 어떤 함정이 먼저 건조되고 어떤 함정이 그 다음이 될지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함정을 건조하게 될지는 현재로써는 확정된 바가 없으며, 앞으로 더 논의하고 결정해 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현재 한-미 연합 해상훈련은 주로 동해와 남해 위주로 실시되고 있는데, 중국의 위협을 고려해 미 항공모함 강습단이 참가하는 훈련을 서해에서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 문제는 자칫하면 금방 기밀 운용계획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미국은 국제수역에서 자국 함정을 운용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맹과 파트너들과 필요한 시점과 속도에 맞춰 연합훈련을 실시할 권리 또한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수역인 서해, 또는 황해에서 이런 작전이나 훈련을 진행할 가능성 역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구체적으로 어떤 작전이나 훈련을 계획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



    -중국은 한국의 핵잠 보유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고,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그 전력을 역외에서도 운용하기를 기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한국이 역외 전개에는 소극적일 수도 있다. 이런 입장이 향후 핵잠 관련 한·미 협력이나 미국의 지원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좋은 파트너란 전 세계적으로 전력을 어떻게 전개·배치하고, 어떻게 연합훈련을 하며 서로에게서 무엇을 배울지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관계다. 한국이 자국의 주권 자산인 함정을 자국의 국익에 따라 어떻게 운용하든, 미국이 그 부분에 관여하거나 제한할 사안은 아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한국 해군이 가능한 한 최고의 역량을 갖춘 해군으로 발전하고 뜻을 같이하는 해군으로서 미 해군과 함께 작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미국의 기본적인 목표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전 세계적으로 협력하는 데 있다. 한국이 핵잠을 자국 주변 해역에서 운용하고 그 환경에서 한국 잠수함과 함께 우리가 활동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이 사안을 어떤 조건을 전제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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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4일 강동길 해군참모총장과 만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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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들은 미국의 새 국가방위전략(NDS)이 발표되기를 기다리면서, 그 안에서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어떻게 다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 해군은 한국 내 여러 기지에 접근할 수 있는데, 유사시 이 기지들을 한반도 밖(off-pen) 작전을 지원하는 용도로 재활용하거나, 제주도의 기지를 미 해군 전력 보급기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전략적 유연성의 일부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총장께서 보는 ‘전략적 유연성’의 의미를 설명해 주실 수 있나.



    “새 국가방위전략 발표 전에 세부 내용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오랫동안 미국의 우선순위였던 본토 방위가 중요한 축이 될 것이고, 대통령이 미 남부사령부 작전을 통해 본토 방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또 하나의 축은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강한 작전 태세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전략적 무게 중심을 두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그 방향을 유지할 것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이 핵심 경쟁 위협(pacing threat)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상은 중국이며, 이러한 위협 인식은 새 전략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지 접근권·기지 사용·영공통과(Access, Basing, Overflight·ABO)를 어떻게 확보할지, 그리고 동맹국·파트너국과 어떤 형태의 협력을 이어갈지는 항상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언급한 사안들 역시 그 틀 안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겠다.”



    -한국은 왜 핵잠이 필요하다고 보나. 물론 새로운 능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갖고 싶어 할 수는 있겠지만, 정말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핵잠 보유 논의의 핵심은, 잠수함이 산소 공급 없이 장기간 완전 잠항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바로 핵추진이라는 점이다. 제가 한국의 지도부를 대신해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핵추진잠수함이 제공하는 억제력, 영해 방위, 그리고 전력 투사 능력은 재래식 잠수함과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의 국방전략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재래식 잠수함 대비 크게 향상된 능력을 고려하면 한국이 이러한 역량을 필요로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핵잠을 실제로 건조하고 운용하는 데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있다. 이를 뒷받침할 산업 기반, 핵추진 함정을 운용할 승조원에 대한 전문적 교육·훈련 체계, 그리고 해상에서 운용되는 핵추진체계의 유지·정비 능력은 육상 원자력 운영과는 크게 다르다. 미국은 지난 50년 넘는 기간 동안 이러한 경험과 체계를 축적해 왔고, 한국도 핵추진잠수함 전력 확보 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씩 신중하게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이 최근 선보인 함정과 무기체계 설계와 관련해, 러시아로부터 함정·선체·무장 설계 지원을 받았다고 보나. 또 북한이 해군력을 어떻게 활용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보는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동맹들과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북한이 정보를 어떻게 확보하는지는 본질적으로 기밀 영역에 속하는 사안이다. 다만 북한이 일부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며, 그 안에는 러시아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이러한 협력이 어느 분야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두 번째 질문과 관련해, 북한의 해군력 활용 의도를 보면, 북한은 규모는 작지만 자신들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형태의 전략적 억지력을 갖추려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플랫폼, 나아가 핵탄두 탑재 능력을 갖춘 SLBM 전력을 확보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본다.”



    -북한이 언급하는 수중 ‘자폭 드론’ 같은 체계는 어느 정도 위협이라고 보나.



    “어떤 형태이든, 치명적인 탄두를 탑재해 효과적으로 투발할 수 있고 우리 함정이나 동맹·파트너를 실제로 위협할 수 있는 체계라면 모두 우려해야 한다. 드론 기술은 러우 전쟁에서 보듯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 전쟁을 통해 현대전이 얼마나 기민하게 변화하고, 어떻게 확장 가능하고 모듈화된 방식으로 전개되는지를 배우고 있다. 저는 해저·해상·공중 전 영역에서 무인체계가 활용되는 흐름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런 진화하는 기술이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방호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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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에서 한국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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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해군 능력 증강을 포함해, 현재 북한 해군력이 어느 정도 위협이라고 평가하는가.



    “제 관점에서 북한의 해군력은 미국에 위협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역내에서 분명히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주변 해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역내 위협은 한국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대상이다. 미국 역시 해양 상황 인식(MDA)과 정보 공유를 통해 한국이 이러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한다. SLBM 능력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도약이지만, 그 능력이 실제로 신뢰할 만한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면밀히 살펴봐야 할 사안이며, 한국이 이에 대해 우려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확장억제 공약을 바탕으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국 기항은 이러한 확장억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일본과의 3자 해군 협력에서 더 보완하거나 강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나.



    “저는 태평양 지역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2004년경 지휘관 보직을 시작으로 태평양 잠수함전대를 지휘하기까지 한·미·일 3국 협력의 변화를 직접 지켜봐 왔다.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발전해 온 과정에서 미국은 늘 3자 협력의 틀 안에서 함께 역할을 해왔다. 현재의 3국 해군 협력은 매우 공고하며, 계속 강화되고 있다. 이 흐름이 유지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일 관계에는 어려운 사안들이 존재하고, 때때로 이러한 요소들이 표면화되면서 관계가 흔들릴 여지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군은 그런 부분을 넘어, 공동의 작전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세 나라 모두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저는 이 흐름이 멈출 것이라고 보지 않고, 한국이 3자 협력에 기여하고 있는 점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방한 동안 한국 쪽 군 지도부를 만나본 바로는, 모두가 이런 3자 협력에 확고히 헌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곧 일본으로 이동할 예정인데, 일본에서도 같은 의지를 확인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세 나라가 계속 협력하며 이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중국과 미국처럼 동급 경쟁 관계에 있는 강대국 간에 충돌이 발생하면, 제 표현으로는 ‘전력 총동원’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과 기여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접근일 것이다. 어떤 분쟁에서든 제3국이 기회주의적으로 움직일 여지는 항상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기에는 보장과 억제, 그리고 ‘힘을 통한 평화’가 더욱 중요해진다. 따라서 그러한 상황에 대비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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