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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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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추진 잠수함 건조·민수용 우라늄 농축 권한…미국 동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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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한국 핵잠 건조 승인…긴밀히 협력”

    “미국, 농축·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

    구체적 실행 방법·절차 등 후속 협의 필요

    비확산 체제 국제사회 우려 불식이 과제로

    경향신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최종 합의 발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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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지난 14일 미국과의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민수용 우라늄 농축 권한 등과 관련한 큰 틀의 동의를 미국으로부터 얻었다. 한·미는 후속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법과 절차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확산 체제와 관련한 미국 내부 및 주변국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한·미는 팩트시트에서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라며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미국 측의 지지를 최초로 확보했다”고 했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가 핵추진 잠수함에 사용될 핵연료를 미국에서 제공받기 위해선 미국 원자력법에 따라 별도의 협정을 맺는 등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 원자력법은 다른 국가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위해선 먼저 협정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판매하거나 건조를 지원하는 오커스(AUKUS) 관련 협정도 이에 따라 진행됐다. 미국 의회의 동의도 필요하다.

    핵추진 잠수함을 어디서 건조할지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아 향후 한·미 간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가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추후 자국 내 건조를 주장한다면 협의 진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 주변국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어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중국 측은 2021년 오커스 출범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의 등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IAEA가 오커스 협정이 NPT에 위배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 연료로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90% 이상 농축 우라늄이 아니라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이 민수용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법도 팩트시트에는 빠져 있다. 한·미는 후속 협의를 통해 관련 절차부터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체결된 현행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농축할 수 있고 재처리도 할 수 있다. 정부는 일본처럼 미국의 포괄적 동의를 얻어 20% 미만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갖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협정을 개정하려면 미 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협정 틀을 유지하면서 운영을 통해 권한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다. 한·미 차관급 협의체인 고위급위원회 등을 통한 협의를 거쳐 서면으로 합의하면 20% 미만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한 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향후 논의가 신속하고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팩트시트에는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한국에만 예외적 권한을 허용하는 게 아니라, 미국 원자력법에 따른 협정 등 내부 절차에 기반해 일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농축 권한 등 확보로 인해 비확산 체제에 불신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미국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된 배경도 농축과 재처리 문제를 두고 미국 내 조율 과정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비확산 체제를 고려해 반대 의견이 나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 내 우려를 해소하는 것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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