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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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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해군총장 "韓 핵잠의 대중 억제 역할은 자연스러운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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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 방한 인터뷰
    "핵잠 승인, 한미 모두에 역사적 순간"
    미 전투함 건조·MRO협력 中 자극 우려
    대중관계에 섬세하고 전략적 대응 필요


    한국일보

    대릴 커들(왼쪽) 미 해군참모총장이 14일 서울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과 만나 양자대담 후 악수하고 있다.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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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SNN)의 건조 계획이 승인된 것과 관련해 "한미 양국 모두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한국 핵잠이 대중국 억제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과 대만 사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과 한국군에 일정한 역할이 부여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 해군 전투함정 건조와 유지·보수·관리(MRO) 협력 강화를 약속하며 미국의 대중 해상 전략에 발을 걸친 한국으로선 향후 중국과의 군사·외교 마찰 관리에 정교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커진 셈이다.

    커들 총장은 지난 14일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진행된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핵잠이 향후 중국 억제에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한 질의에 "그 잠수함(핵잠)이 중국을 억제하는 데 활용되리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예측"이라고 답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식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와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 현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틀이 제시된 가운데,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한국의 동참 가능성을 한층 선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조인트 팩트시트에 한국의 핵잠 건조가 명시된 것에 대해선 "한국에도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가 될 것이고, 미국이 이런 여정을 한국과 파트너로서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도 언젠가 그 (핵추진)잠수함들을 전 세계적으로 운용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며, 단지 지역 중심의 해군이 아니라 글로벌 해군으로 도약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 해군 전략사령관, 잠수함전력사령관 등을 역임한 커들 총장은 이처럼 양안 충돌 등 역내 문제에 한국이 미국 편에 서서 개입할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역할을 묻자, 그는 "중국과 미국처럼 동급 경쟁 관계에 있는 강대국 간에 충돌이 발생하면, 전력 총동원에 가까운 상황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과 기여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접근일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일정한 역할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서해 구조물 설치 등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에 대해선 "이런 행태를 방치하면 시간이 갈수록 비정상적인 행동이 정상으로 굳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고, 중국과의 경제 관계 때문에 한국이 망설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힘을 통한 평화 모델이 최선의 접근"이라며 한미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중 억제 전략에 한국의 기여를 바라는 미국 측 시각이 선명해질수록 한국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갈 길이 먼 한국의 핵잠 건조보다 미 전투함정에 대한 한국 국내 건조 및 MRO 협력 강화에 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미국 입장에선 전투함정을 본토로 보내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리 목적으로 한국에 머무는 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높고, 중국은 한국을 미 해군 전진기지로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의 군사적 견제가 커질 여지가 늘어나면서 한국으로선 한층 섬세하고 전략적인 처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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