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협력, 美 법 개정이 변수
16일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정부 ‘셧다운’으로 중단됐던 한미 간 군함 건조를 위한 실무 협의가 곧 재개될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 8월부터 방위사업청과 미 해군이 다양한 방안을 놓고 협의를 해왔는데, 앞으로 출범할 ‘한미 조선 실무그룹’ 협의는 국가안보실이 주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의회의 법안 개정이 가장 확실한 길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한국에 예외를 승인해 주는 우회로도 거론된다.
그래픽=양진경 |
◇미·중 경쟁에 한국 건조 청신호
조인트 팩트 시트와 함께 14일 발표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한국 조선업계의 미 비전투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높이 평가했다. 또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미 전투함정이 한국에서 최초로 MRO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미 장관은 “미 해군의 준비 태세 강화를 위해 함정 건조 분야에서 협력을 가속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미 조선협력이 ①보급함·군수지원함 등 미군 비전투함의 MRO→②전투함 MRO→③군함 건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있다는 취지다.
그 배경에는 미·중 전략 경쟁 구도가 있다. 2000년 미국 해군의 함정은 318척, 중국은 110척이었지만 2020년 이후 역전돼 지난해 미국 해군 함정은 297척, 중국은 370척이었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미국은 2054년까지 해군 함정 규모를 390척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조선업 쇠락으로 한국·일본 등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 해군은 총 1조750억달러(약 1560조원)를 지출해 해군 규모를 키울 전망이다. 이 가운데 일부가 한국에 발주될 경우 전례 없는 새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조선업계는 비전투함 MRO에서 전투함 MRO, MRO에서 함정 신조(新造) 순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하에 사업 확장을 검토 중이다. 한화오션은 미 현지 한화필리조선소와 국내 거제조선소를 연계한 함정 건조를 검토하고 있고,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미포 합병을 통해 군함 사업을 확대한다. 군함은 대형 상선에 비해 크기가 작아 중형 독(dock)을 활용하는 HD현대미포 설비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해외 건조 금지’ 미국법이 걸림돌
문제는 미국 내의 법적 규제다. 이른바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미국 연방법 10편 제8679조는 ‘미군 함정이나 그 주요 요소는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 안보상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예외를 승인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고, 위성락 안보실장도 “(미국) 법 개정이 어려우면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웨이버(예외 조치)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를 승인하는 경우에도 미국 의회의 반대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 의회는 매년 ‘국방예산법’ 등에 ‘이 법에 따라 배정된 예산은 해군 군함을 외국에서 건조·개조하는 데 쓸 수 없다’는 조항을 넣고 있다. 앞으로 연례 예산법에서 이 조항이 삭제돼야 미 군함의 한국 내 건조가 가능해, 결국 미국 의회 설득은 필수적이다. 다행히 미국 의회도 협력 필요성은 알고 있다. 지난 2월 미 해군 군함 건조를 한국 등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하는 ‘해군준비태세 보장법’ 등 법안 2건이 공화당 상원의원들 주도로 발의되기도 했다.
한국 조선소에 미국이 요구하는 보안 시설 요건을 충족하는 시설을 갖추는 것 등도 과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팩트 시트 발표로 기존의 불확실성이 일부 걷혔지만, 군함 건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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