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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넘어서니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피검사 수치가 조금씩 나빠지는 걸 경험한다. 최근 들어 새롭게 나타난 변화는 비타민D 부족이다. 비타민D는 햇빛을 받아 피부에서 합성되는 독특한 영양소다. 실내 생활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불리한 이유다. 등 푸른 생선과 계란 노른자, 버섯에 함유돼 있다고 하지만 한국인의 평균 비타민D 섭취량은 권장량의 절반 이하라는 분석이다.
비타민D는 단순한 영양소를 넘어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필수물질인 데다 뼈·치아 형성과 면역 조절, 신경 기능 유지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즐기는 채소나 과일에 비타민D가 함유돼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자연 상태에서 비타민D를 함유한 채소나 과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착안해 비타민D를 함유한 토마토 품종을 개발한 스타트업이 있다. 최성화 서울대 교수가 창업한 지플러스생명과학이 그 주인공이다. 최 교수는 가장 최신의 생명공학 기술 중 하나인 '크리스퍼 카스9'이라는 유전가 가위를 이용해 비타민D 토마토 품종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토마토를 국내에서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교정' 작물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유전자 교정 작물의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법 자체가 없다. 우리가 흔히 GMO라고 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LMO)법을 원용해 적용하다 보니 GMO와 마찬가지로 금지된 것으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유전자 교정 작물을 일정 범위 내에서 허용하려는 입법 논의가 있지만 GMO 반대 논리로 무장한 환경단체와 농민단체 등의 반발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미적대는 사이에 다른 나라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과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전자 교정 작물을 GMO와 구분해 허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은 유전자 교정 작물을 GMO 규제에서 완전히 제외했고, GMO에 매우 부정적인 유럽도 유전자 교정 작물을 허용하는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승인된 유전자 교정 작물이 200종을 넘어섰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혈압을 낮추는 '가바' 토마토 등 여러 종의 유전자 교정 작물이 승인됐다. 이제 유전자 교정 작물을 GMO와 똑같이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미국과 일본 등이 유전자 교정 작물을 GMO 규제에서 제외한 이유는 안전성 검토 결과 전통적인 육종 방식에 비해 리스크가 더 크다고 추정할 과학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외부 유전자를 작물에 삽입해 형질을 바꾸는 GMO와 달리 유전자 교정은 DNA를 잘라내거나 자체 유전자 조각을 특정 부위에 집어넣어 DNA 염기서열을 바꾸는 방식이라 전통적인 '돌연변이' 육종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전자 교정 작물과 돌연변이 작물을 과학적으로 구분해낼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한 생명공학자는 남산을 폭격하는 것을 GMO라고 한다면, 돌멩이 하나를 옮기는 게 유전자 교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비타민D 토마토를 개발한 최 교수는 결국 글로벌 종자 회사인 바이엘과 협력해 해외에서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토마토를 넘어 고추, 감자, 가지에서도 비타민D를 함유한 품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변화 시대를 맞이해 품종 개발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한 종자 개발에는 눈을 감고 있다. '과학'이 아닌 '신념'에 휘둘려 기회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유전자 교정 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절실하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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