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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충무로에서] 李정부 '생산적 금융' 진짜 생산성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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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박인혜 금융부 차장


    출범한 지 이제 4개월이 넘는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생산적 금융'이다.

    과정을 되짚어 보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은행권을 향해 "주택담보대출 같은 이자 놀이, 이자 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 신경 써달라"고 공개 발언을 했다.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마자 금융위원회는 부랴부랴 은행연합회와 보험협회 등을 '소집'했다. 부동산 대출의 벽은 높이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에 투자하면 자본규제를 완화해준다는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산적 금융'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놀란 금융사들은 부랴부랴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그리고 최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의 '생산적·포용적 금융' 청사진 발표가 마무리됐다. 5대 금융사가 향후 5년간 풀겠다고 한 돈은 508조원.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계획은 화려하다. 가장 많은 110조원을 넣겠다고 한 KB와 신한금융을 놓고 보자. 생산적 금융에 모두 90조원 이상을 약속했다. 이 중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 투입을 밝혔으니, 남은 것은 80조원 이상이다. 그런데 이 중 '진짜 투자'는 15조원 정도다. 반도체나 AI 같은 산업에 돈을 넣겠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여기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나 기업을 선정해야 할지에 대해선 물음표만 가득하다. 금융그룹들은 반도체 클러스터·해상풍력발전·광역철도 등 사업 투자를 계획에 포함시켜 발표 자료에 넣었지만, 이는 사실 이미 한참 전에 추진됐고 최근 결정된 것들이다.

    결국 전체 생산적 금융에서 60~70%를 차지하는 것은 기업대출이다. 원래 하던 것들이다. 다만 정부가 방향을 줬으니 좀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하겠다면서 금액을 제시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금융사를 예로 들면 5년간 기업대출을 68조원, 연평균 13조6000억원 정도 하겠다고 했는데, 이 회사는 작년 한 해 기업대출을 12조원 가까이 늘린 바 있다. 기업의 금융 마중물이 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정부 눈치에 원래 있던 숫자에 살을 붙여 생색 내기만 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 금융과 국가 장기 미래를 지원하는 산업 투자를 위한 생산적 금융은 화두가 된다. 관제펀드도 언제나 정권 초에 만들어졌다. 초기 계획은 거창했지만 뒤로 가면서 흐지부지됐고,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

    [박인혜 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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