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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물가와 GDP

    트럼프, 물가 잡기 총력전 … 약값 인하·50년 모기지 쏟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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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취임 후 첫 선거에서 완패한 트럼프 정부가 표심을 가른 고물가와의 전쟁에 나섰다. 커피·바나나 등 200여 개 생필품 관세를 철회한 데다 전 국민 2000달러 배당금 지급,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도입 등으로 소비심리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정책적으로 물가를 단기간에 낮추는 게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선거 이후 백악관 참모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가 대응에 집중해 유권자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 법안에 서명하면서 "예산 부족이 끝났으니 공화당은 생활비 절감과 미국인 모두를 위한 적정 물가를 실현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는 전 국민 2000달러 관세배당금도 강행할 태세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전 국민 배당금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부터 미국인들이 경기 회복을 느낄 것"이라며 "첫 두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 곡선이 하락하고 실질소득 곡선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교역국에 전방위 관세를 밀어붙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관세정책에 폭넓은 예외를 허용했다.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그동안 트럼프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일축해왔다. 하지만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로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거비(3.6%)와 식료품(3.1%) 가격 등이 크게 오른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솟는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집값도 오르고 대출금리도 상승한 만큼 만기를 늘려 월 임대료와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50년간 내는 이자비용을 따지면 오히려 전체 부담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또 대형 제약사를 압박해 추가로 약값을 내리고 새로운 의료정책을 시행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일라이일리·노보노디스크 경영진을 불러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 합의를 주도했다. 위고비 가격은 월 1350달러에서 250달러(약 35만원)로, 젭바운드는 월 1080달러에서 346달러(약 50만원)로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임기 18개월 내 에너지 비용을 반으로 줄이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2%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최근까지도 "경제는 내 전문 분야로 미국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NBC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약 3분의 2가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부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날 WSJ가 NORC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미국 경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77%에 달했다.

    켄 커트너 윌리엄스 칼리지 경제학자는 물가 문제와 관련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대부분 만성적인 문제들로 단기적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물가가 지속되며 미국 내 소비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에 따르면 맥도날드의 2분기 매출(68억4000만달러)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었지만 주 고객인 저소득층의 매장 방문 횟수는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고물가가 가장 취약한 계층인 저소득층을 강타하면서 가처분소득이 쪼그라들었고 값싼 외식비마저 줄였다는 것이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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