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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지난 22일 촬영된 방글라데시 남서부 다르사나에 있는 Carew Co 전경. 무슬림이 다수인 방글라데시에서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설탕제조 생산업체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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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는 오랫동안 '인도의 가난한 이웃'으로 불려 왔다. 그러나 최근 현실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GNI)에서 이미 인도를 앞섰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최빈국’이라는 기존 이미지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
국제사회도 이런 변화를 인정했다. 유엔은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평가에서 GNI, 인적자산지수(HAI), 경제·환경취약성지수(EVI) 등 세 기준 모두 방글라데시가 '졸업'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유엔총회도 내년 11월 방글라데시의 최빈국(LDC) 졸업을 공식 결정했다. 이는 실제 졸업 여부를 떠나, 방글라데시가 신흥국으로 본격 도약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시사한다.
방글라데시 다카의 팔탄 교차로에서 8개 이슬람 정당의 지지자와 다수의 회원들이 대규모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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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성장 잠재력은 인구 구조에 있다. 세계 8위 규모의 인구(약 1억7,000만 명)를 가진 방글라데시는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65%를 넘는다. 이른바 '인구 보너스(demographic dividend)'를 누리는 셈이다. 또 교육 수준 향상, 디지털 기반을 갖춘 풍부한 젊은 세대, 거대한 내수시장, 그리고 중산층의 성장 등은 방글라데시를 남아시아의 숨은 강자로 떠오르게 하는 요인이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은 방글라데시를 '넥스트 11'로 지목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요 국가 중 하나로 인정했다.
이런 전환기의 방글라데시와의 협력을 조망하기 위해 지난 9일 주방글라데시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지정학적 도전과 한·방 미래 협력'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지역학적 리스크, 글로벌 공급망 재편, LDC 졸업 이후의 통상 체제 변화 속에서 방글라데시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한국과의 협력 방향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는 방글라데시가 더 이상 일방적인 원조나 지원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상생의 전략을 짜야 할 파트너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방글라데시는 이미 한국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다. 의류 및 봉제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핵심 투자자이자 기술 공급자로서 역할을 해 왔다. 이제 협력 분화를 의약품, 정보통신, 인프라, 인적자원 개발 등으로 넓혀 나갈 시점이다.
최근 겪었던 정치적 혼란도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LDC 졸업 이후 보다 강화될 높은 수준의 규범과 경쟁 환경은 한국 기업에게도 '값싼 생산기지’에서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바뀌고 있다. 이제 상생의 길을 열어 가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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