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백승아·정성국 의원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교학점제로 인한 현장 과부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사진=강경숙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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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3단체는 18일 전국 고등학생 16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생 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현행 고교학점제 운영 과정에서 학생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선택과목 평가방식 문제는 학생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나타났으며,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절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설문조사에서 '고1 학생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절반 이상이 '그렇지 않다'(전혀 그렇지 않다 26.3%, 그렇지 않다 27.1%)고 답했다. 학점제가 전제하는 조기 진로 결정 구조가 실제 학생 상황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과목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2개 선택)에서도 '진로(학업·직업)'가 70.7%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다음으로는 '적성과 흥미'(45.4%), '내신 유불리'(45.0%)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진로 미정의 학생들이 과목 선택 시 상대적으로 성적 부담이 적은 과목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은 현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와 미이수 제도다. 미이수 학생이 '공부를 못하는 학생' 또는 '문제학생'으로 여겨진다고 응답한 비율이 60.5%였고, 보충학습이 실제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5.4% 수준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학생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은, 현행 미이수 제도가 학습 지원 장치로 기능하기보다 학생에게 낙인과 부담을 남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이동수업 체제에서도 '소속감·안정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이 과반(55.6%)이었다. 상대평가 아래 경쟁이 강화된다는 인식이 74.3%에 달하는 등 학점제가 학생의 학습 환경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고교학점제 운영 과정에서 학원·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학생이 무려 70.1%에 달했다.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학생은 불과 12.1%로 나타나는 등 고교학점제가 학생·학부모에게 추가적인 사교육 부담을 초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자퇴율과는 달리 자퇴를 적극적으로 고민해 본 적이 있는 학생의 수는 상당했다. 학교를 그만두는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본 학생들은 응답자 33.5%를 차지했다. 나이스(NEIS) 등록 학생 수 기준 1학년 자퇴생이 작년보다 오히려 0.2% 줄어들었다고 한 교육부 발표와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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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학생수도 너무 적어서 내신 따기 너무 힘들고 다른 학교에 비해 성적 받기 힘든 학교라 자퇴하고 정시 공부하고 싶다', '미이수 점수를 받을까봐 두렵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졸업을 못할 바엔 검정고시가 낫다' 등이 주를 이루었다.
학교 규모에 따라 개설 가능한 과목 수가 달라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0.9%가 불공평하다고 답해, 학교별 교육 여건의 격차에 따라 학습 기회가 불공평하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학교 밖 공동교육과정이나 온라인 수업 등 대체수업 방식은 '학교 일과 중 가능하다면 고려해볼 수 있다'는 응답이 30.8%로 가장 높았다. 온라인 수업이 교내 수업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본 학생은 32.6% 수준에 그쳐 실질적 대안으로까지 여겨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교사의 교과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61.4%로 나타나 학점제 구조가 학생들에게 다층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선택과목 평가방식 개선 요구도 컸다. 일부 과목이라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2개 응답) 109.9%가 찬성했으며, 과목 회피를 줄이고 심리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이는 진로 탐색 및 적성과 흥미를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과목들이 상대평가 구조로 인해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 최소한 진로선택·융합선택 과목처럼 이전에 절대평가를 이미 시행했던 과목들만큼은 평가방식을 환원해 과목선택의 제약을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원3단체는 “이번 조사를 통해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에게 실질적 선택권과 성장 환경을 제공하기보다는, 조기 진로 결정 압박, 과목 선택의 왜곡, 경쟁 심화, 사교육 부담 증가, 학교 간 격차, 정서적 불안정 등 다양한 문제점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특히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는 교육적 효과는 낮고 낙인효과가 크며, 선택과목 평가체제 또한 학생의 진로 선택을 저해하고 있는 만큼 시급한 제도 개편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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