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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한국 핵잠 건조의 전략적 의미와 과제[글로벌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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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잠 건조’ 앞에 놓인 다섯가지 암초
    건조 방식·농축 재처리
    합의 필요한 주체 많아
    호주 AUKUS처럼 풀되
    中의 보복 예의주시를


    매일경제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군사용AI 세계위원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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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지난 주 한미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를 통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한 것은 이 문제들이 공식의제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이 의미를 약화시키는 제한적 문구들에 내포된 제약 요인을 감안하면 향후 핵잠수함 건조 방식과 농축 재처리 경로를 협의하는 과정에 법적, 외교적, 정치적, 기술적, 예산적 난관들이 산적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핵 잠수함의 경우 우리 정부가 설명한 범주 언저리에서 타결된다고 상정하더라도 최종 인도는 빨라야 한미 양국의 차 차기 정부 중.후반이 될 것이다. 최근 호주의 Lowy 연구소가 “한국의 핵 잠수함 도입 시기가 호주보다(2040년대 초) 한참 앞설 것(miles ahead)이다” 라고 평가한 것은 이러한 가정에 기초한다.

    따라서 시급한 것은 당면할 주요 난관들의 성격과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과 로드맵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첫째 미국 의회 및 유관 부서들의 협조 확보다. 호주의 경우 AUKUS 합의 3년후(2024년) 별도로 3국간 “법적 합의”를 했다. 이어 미 의회는 원자력 법 91항 일부 면제, “비 핵무기 핵잠”(NNPI)에 대한 수출 제한 특례, 군사기술 제공 규정(ITAR) 조정 요구 등을 2024년 국방 수권법과 연동시켜 통과시켰다. 다만, 동 수권법은 행정부에 대한 4대 인증 요건(미국의 잠수함 전력 불 영향, 미국의 안보 이익 부합, 미 잠수함 산업 기반에 충분한 투자 확인 등)을 통해 인도를 중단할 수 있는 독소 조항도 포함시켰다. 우리가 국내에서 핵잠을 건조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이다.

    둘째, IAEA의 포괄적 안전조치 협정(표준 CSA) 14조(비 금지 군사활동)에 대한 별도 약정을 IAEA와 체결해야 한다. 호주는 AUKUS 합의 후 지난 4년간 IAEA와 양자 CSA 규정에 따라 “14조 약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왔는데 최초 사례라 최종 승인까지 몇 년 더 걸릴 수가 있다. 이게 끝나야 미국의 승인 조치도 완성된다.

    한국과 IAEA간 CSA에도 호주와 거의 유사한 조항이 있으므로 한미간 별도 합의가 체결되면 IAEA와 “14조 약정”에 관한 협의를 개시할 수 있다. 과거 위반 사례가 있어 IAEA 심사 과정이 매우 엄격하겠지만 호주 선례가 진행 중인데다가, 보도된 대로 저농축 핵잠을 추진한다면 차별화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국내에서 가장 오해가 큰 부분은 핵잠 추진을 위해2015년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 협정에 “어떠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도 이용되지 않는다”는 조항(13조)을 원용한다.

    호주도 미국 및 영국과 맺은 원자력협력 협정에 우리와 같은 조항이 있지만 두 협정을 개정하지 않고 핵잠 도입 목적의 특별 3자 조약과 양자 조약(호주와 영국)을 체결하는 방식을 취했다. 호주는 AUKUS 3자협정의 특례 부여에 따라 “무기로 쓰지 않는 군사적 사용” (non-weaponized naval use)의 예외를 인정받은 후 IAEA와 “14조 약정” 협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도 2015년 협정의 개정 없이 한미간 특별 합의 형식으로 의회 특례를 인정받은 후 IAEA와 “14조 약정”을 추진하면 된다.

    넷째, 농축과 재처리에 관한 공동설명자료 문구(“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는 핵잠 관련 문구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 마지막 발표 시까지 미국 정부내 저항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 수준의 “농축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이 중국 견제 목적으로 호주에 원잠 건조와 이전을 승인하면서도 자체 농축과 재처리를 못하게 통제하고 “봉인된 연료”(sealed core module) 형태로만 제공하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2015년 한미 협정은 미국이 체결한 20여 개 협정 중 유라톰, 영국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가장 선진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그렇게 평가되고 있다. 20% 이하 저농축 협의 장치와 경로를 포함해서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상황 전개를 염두에 둔 조항도 꽤 있다. 특히 다른 원자력 협정들과 달리 매우 이례적으로 “주권 침해 및 부당한 방해 금지 의무” 조항을 두고 있는데 협상 마지막 5개월간 이 조항만을 위해 싸워서 받아 내었고 향후 국익을 위해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카드이다. 만약 미측이 우리의 농축 재처리 권한 확대에 동의하여 협정의 일부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경우에도 이 주권 존중과 불간섭 조항 등은 손대지 않는 게 현명하다.

    다섯째, 중국의 제2의 사드화 시도이다. 중국은 이미 2021년 AUKUS 합의 직후 IAEA에서 이 합의가 NPT 위반이고 IAEA의 CSA 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강력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10월말 이래 우리 핵잠 건조에 대한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주한 중국대사의 공개 발언, 중국 고위 인사의 어법이나 태도 등은 향후 IAEA와 양자 차원에서 이의 제기 가능성을 예고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억제 전략에 우리가 가담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것이 더 큰 목적일 것이다.

    여섯째,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핵잠 기술 이전이 은밀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작년 6월 북러간 체결된 사실상 동맹 조약은 “방위능력을 강화할 목적 밑에 공동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한다”는 문구를 새로이 포함시켰다. 1961년 조약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문구다. 2021년 이래 핵잠 추진을 공식화하고 있는 북한이 금년 3월 “핵 추진 전략유도 미사일 잠수함을 제작 중”이라고 대담하게 공개했는데 한국의 핵잠 추진 승인을 이유로 핵잠 기술 이전을 러시아에 강력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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