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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기자24시] 발전소 '해체매뉴얼'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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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서대현 사회부 기자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작업자 2명이 다치고 7명이 매몰돼 모두 사망했다. 이제부터는 사고 원인 규명의 시간이다.

    이번 사고는 63m 높이 보일러 타워 25m 지점에서 발파를 위해 구조물 일부를 절단하던 중 구조물이 내려앉으면서 발생했다. 해체계획서에 따라 작업했는지가 관건인데 계획서 자체가 부실했을 가능성도 크다.

    건축물은 보통 신축, 유지·보수, 해체의 주기를 갖는다. 고도성장 시기에 건물을 짓는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를 경험하면서 유지·보수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해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플랜트 구조물 전문가인 김선웅 영산대 교수는 "건설사에 있어 해체 사업은 이벤트 같은 것"이라며 "큰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해체나 철거 공사 중에 발생한 사고는 증가 추세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관련 사고는 2021년 194건에서 2024년 261건으로 1.3배 늘었고, 2019년 7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지난달 말까지 127명이 숨졌다.

    특히 1960~1970년대 건설된 화력발전소는 최근 사용 연한이 만료되면서 해체 시장에 쏟아져나올 전망이다. 동서발전은 향후 노후 발전소 60여 개가 해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발전소 해체 경험이 있는 종합건설사는 거의 없고 안전한 해체를 위한 매뉴얼도 없다.

    이렇다 보니 이번 사고 현장처럼 발전소 해체 실적이 없는 건설사도 공사를 따낼 수 있다. 발전소 구조물의 특수성을 감안한 구조 검토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노동계는 '위험의 외주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언제든 안전사고가 날 수 있는 시한폭탄 같다.

    건설 업계에서 발전소는 제3의 구조물로 분류된다. 건축·토목 관점에서 만든 해체계획서로는 작업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플랜트 구조 전문가가 참여해 해체계획서를 만들고, 해체계획서 부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매뉴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서대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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