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룰로스는 설탕보다 칼로리가 90% 이상 낮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 대체당이다. 업계에서는 시장에 타격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는 반면, 식약처는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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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식약처는 내년 10월부터 알룰로스 제조 과정에 사용할 수 있는 효소를 제한하는 개정안을 시행한다.
알룰로스 제조 과정에서 효소가 사용된다. 그간 효소 활용에 별다른 제한이 없어 스타트업들은 해외에서 제조된 알룰로스를 들여와 제품을 제조·판매했다. 앞으로는 식약처가 인정한 효소로 제조된 알룰로스만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수입처를 통한 조달에 차질이 생긴다.
스타트업들은 지난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받은 해외산 알룰로스를 들여와 시장을 키웠다. 국내 생산 알룰로스는 가격이 비싸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비교적 저렴한 수입산을 선택했다. 현재까지 안전성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규정이 변경되면 스타트업이 새 기준에 맞춰 생산 공정을 재설계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6000억원 규모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물론 과자·아이스크림 등을 포함한 1조원대 저당 식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저당 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인력과 자금 사정을 고려하면 내년 10월부터 새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9월 행정 예고를 재고시할 때까지 스타트업은 논의 대상에 배제됐다”며 “‘최소 2년 이상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모아 전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생산 인프라를 갖춘 대기업들은 개정안 영향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식약처 기준으로 제조 공정 변경이 용이하다. 해외 알룰로스 수입에 제한이 생기면 국내 제조 대기업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알룰로스 단가가 더 비싸 해외 수입이 어려워질 경우 저당 제품 가격 상승 가능성도 커진다.
이번 개정안이 정부 핵심 국정 기조인 ‘K-푸드’ 지원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K-푸드 150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세웠다. 많은 스타트업이 저당 식품으로 해외에 판로를 개척했지만, 원료 규제로 생산이 위축되면 수출 물량은 물론 국내 시장 경쟁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사전 허용 목록’에 기반한 경직된 개정안은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대체당 제품을 개발해 온 기업들의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며 “부처 간 엇박자로 스타트업들이 규제 리스트에 갇히면 시장이 위축되고 고용에도 지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고객이 제로칼로리 음료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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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무분별한 수입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안전을 위해서라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다. 수출용 제품은 ‘외화 획득용’으로 구분돼 다양한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한 뒤 수출할 수 있다고도 반박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알룰로스 같은 신소재 당류는 새로운 효소가 계속 개발된다”며 “안전하게 관리하는 게 식약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4년 12월 처음 행정 예고를 하고, 내년 10월 개정안을 시행하면 약 2년간 시간이 있는 셈”이라며 “(행정 예고 이후) 9개월 만에 관련 기준을 충족해 인증받은 곳도 있어서 준비만 잘하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마다 (인증 절차 과정에서) 개별적 차이가 있다”며 “업체들이 제기한 사안을 정리해 공지할 생각이고, 준비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상담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홍인석 기자(mystic@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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