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본명 이효정) 엘비엠 고문. /출판사 열림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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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엘비엠 고문을 맡고 있는 료 창업주는 지난달 직원 사망 사건이 공론화된 직후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과거 료 고문이 출연해 자신의 브랜드 철학을 강조했던 주요 유튜브 영상도 대부분 비공개 처리됐다. 남아 있는 일부 콘텐츠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여럿 달리고 있다.
료 고문은 1973년생으로 패션 업계에서 20여 년간 일하며 쇼핑몰 ‘러브앤헤이트’ 등을 운영했다. 이후 카페 ‘하이웨스트’, ‘레이어드’, ‘아티스트베이커리’ 등을 열며 F&B(식음료) 사업에 뛰어들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서울 안국동에 첫 매장을 열었다.
강관구 엘비엠 대표는 최근 사과문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구성원들을 지키고자 노력해 온 료 고문에 대한 온라인상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작성 및 유포, 인신공격성 모욕, 악의적인 게시물 등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어 일시적으로 소셜 계정의 비공개를 요청드린 바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가 이같이 해명했지만 료 고문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료 고문의 침묵이 오히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감성과 세계관을 만든 핵심 인물이 직원 사망 사건 이후에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탓이다.
한 소비자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은 SNS를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매장 인테리어, 대기 줄, 포장 패키지, 예약 시스템까지 모든 과정이 콘텐츠였다”라며 “단순히 맛 때문이 아니라 ‘나도 이 브랜드에 동참한다’는 기분 때문에 많은 고객이 오픈런까지 하면서 소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말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14개월간 근무했던 26살 직원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직원이 사망한 시점은 7월 16일로 알려졌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7월 12일 인천 롯데백화점에 7호점을 열었고, 해당 직원은 7호점 개점 이후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매장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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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가 엘비엠을 2000억원에 인수하는 절차가 진행되던 중 발생했다. 인수는 8월에 완료됐다. 매각이 끝났지만 책임은 남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료 고문은 JKL파트너스에 회사가 매각되기 전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가, 9월부터는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매각 후 회사 지분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료 고문은 직원 과로사 사건이 공론화되기 직전까지도 여러 행사에 참여해 자신의 인생 철학과 성공담을 공유했다. 한 행사에서는 “우리는 모두 특별하게 태어났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산문집 ‘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출시했다. 여기에는 “이렇게나 다들 다른 비주얼이면 그 안에 얼마나 다른 사고와 취향이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얼마나 존중받고 이어져 온 걸까. 모두 다르게 태어나 각자 자기답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 너무나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있는데도, 개성의 가짓수만큼 하나하나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이렇게 그동안 료 고문이 이야기해 오던 ‘가치’와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운영 상황이 너무나 달랐다는 점에 소비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측은 조선비즈에 “료 고문의 입장 발표 여부는 아직까지 들은 바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과 본사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에 돌입했다. 감독 과정에서 직원 대상 설문 조사와 면담 등을 통해 일부 법 위반 정황이 확인돼 감독 범위를 늘렸다. 현재 근로감독 대상은 본사 엘비엠과 런던베이글뮤지엄 10개 지점(7개 매장, 3개 공장), 아티스트베이커리 1개 지점, 레이어드 4개 지점, 하이웨스트 2개 지점을 포함해 총 18개 사업장이다.
지난 17일 강 대표는 “12월 중 인사(HR) 전문가를 영입해 현재의 근로계약 및 인사제도 전반을 재정비할 것”이라며 “근무 기록 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안전보건관리 전담 체계를 구축하는 등 뼈를 깎는 전사적 노력을 통해 누구나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은 SNS를 통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화려했다. 과거에는 기업 문화에 문제가 있더라도 수면 아래 오래 머물렀지만 지금은 SNS에서 모든 것이 즉시 드러나는 시대다”라며 “진정성이 없는 브랜드는 지금의 자본주의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z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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