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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문턱 낮아진 투자이민제도로 한국 자산가들 유인하는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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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신규 홍콩투자이민제도(New CIES)가 한국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홍콩은 자산 관련 요건을 대폭 완화해 자산가들이 홍콩 영주권을 취득하고 홍콩 투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활짝 열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New CIES는 6개월 이상 3000만 홍콩달러(약56억원)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동일한 금액을 허용된 투자 자산에 투자한 개인에게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 각 신청자는 2700만 홍콩달러(약 51억원)를 금융자산 또는 부동산에 투자하고, 300만 홍콩달러(약 6억원)를 CIES 투자 포트폴리오에 예치해야 한다. 해당 요건을 충족한 신청자는 18세 미만 자녀 및 배우자와 함께 홍콩에 거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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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홍콩투자이민제도(New CIES) 요건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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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New CIES는 투자 유연성을 높인 게 핵심인데, 개인뿐 아니라 가족이 100% 소유한 투자 법인을 통한 자산 보유도 인정하고 있다. 2억 4000만 홍콩달러(약 452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싱글 패밀리오피스(SFO)를 홍콩에 설립하고 세제 혜택 조건을 충족하면, 가족 중 최대 8명이 이 제도를 통해 영주권 신청 자격을 갖게 된다. 가족 자산 구조화 및 상속 설계에도 유리한 것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이 홍콩의 강점으로 꼽힌다. 홍콩은 투명하고 안정적인 법·제도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십년 동안 ‘아시아 금융 허브’로 자리 잡아왔다. 관습법(Common Law)을 바탕으로 법적 체계가 구축돼 있으며, 영어와 중국어가 공용어다. 또한 부동산세 부담이 낮아 한국의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거주지로 주목 받고 있다.

    홍콩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 아래 이민·통화·재정·세제의 독립성도 보장 받고 있다. 홍콩은 독립적인 세관 구역을 보유하고 있어 자본·인재·상품·정보의 이동에도 제한이 없다. 이 같은 일국양제 체제는 고액 자산가들로 하여금 홍콩에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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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센트럴 지역의 모습. 가운데에 제2국제금융센터의 모습이 보인다. / 홍콩투자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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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에서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 부동산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 스타트업, 녹색금융, 신재생에너지, 첨단기술 등 투자 분야가 폭넓다. 특히 홍콩 정부는 New CIES에서 주거용 부동산의 거래 가격 기준을 기존 단일 부동산당 5000만 홍콩달러(약 94억 원)에서 3000만 홍콩달러로 낮춰 더 저렴한 부동산도 투자 기준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최소 투자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인정되는 부동산 총 투자 금액의 상한을 기존 1000만 홍콩달러(약 19억 원)에서 1500만 홍콩달러(약 28억 원)로 높여 투자자가 부동산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의 범위를 넓혔다. 다만,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인정 한도는 1000만 홍콩달러로 유지된다.

    최근 중국 기업공개(IPO) 자금이 홍콩을 몰리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홍콩 증권거래소(HKEX)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홍콩은 IPO를 통해 1829억 홍콩달러(약 34조원)를 조달했다. 작년 동기 대비 7배 늘어난 수준이다. 이 기간 중국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 업체 CATL, 항서제약, 미쉐 등 대형 기업들이 잇따라 홍콩에서 IPO를 하면서, 홍콩은 미국 나스닥을 제치고 글로벌 IPO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홍콩에서 한국 금융기관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올해 첫 5개월 동안 한국 주요 금융사들은 홍콩 증시에서 1조5000억 홍콩달러(약 282조원) 이상을 거래했으며, 한국 투자은행들은 다수의 홍콩 IPO에 코너스톤(기관투자가가 일정 물량을 장기 보유하기로 약정하고 주식을 배정 받는 제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고액 자산가들에게 친화적인 세제 환경도 홍콩의 강점이다. 홍콩은 높은 세율로 자산가들의 이탈을 부추기는 한국과 달리, 상속세, 배당소득세, 법인세가 사실상 0%다. 또 홍콩 내 싱글 패밀리(SFO) 오피스가 관리하는 가족 소유의 적격 투자 법인에는 0%의 이익세율이 적용된다.

    아시아 부동산 개발회사 란콰이펑그룹(Lan Kwai Fong Group)의 알란 제만(Allan Zeman) 회장은 “홍콩은 글로벌 자산가와 가문들에게 비교할 수 없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며 “14억명에 달하는 중국 시장에 직접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영미법 기반의 자산관리 체계와 유리한 세제, 가족이 함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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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홍콩투자이민제도(New CIES) 관련 이미지 / 홍콩투자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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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환경 측면에서도 홍콩은 매력적인 도시로 평가 받는다. 홍콩투자청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낮은 범죄율, 파업 없는 안정적인 교통 인프라, 국제 도시다운 문화와 미식 환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서 “도심에서 10분만 걸으면 바다에 닿을 수 있고, 상하이·도쿄·방콕 등 아시아 주요 시장으로 4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79개의 미슐랭 레스토랑, 풍부한 예술·문화 행사, 세계적 수준의 교육 환경 등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여건도 잘 갖춰져 있다.홍콩에는 현재 54곳의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QS 세계대학순위 2026 기준으로는 9개 대학이 이름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5개 대학이 세계 100위권에 포함됐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이어지는 교육 인프라가 갖춰져 한 도시 안에서 자녀의 성장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홍콩은 교육, 자산, 가족의 삶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라며 “한국 가족이 안정적인 삶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도시로서 홍콩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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