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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시위와 파업

    [기자수첩] ‘래커 시위’ 1년, 엇갈린 회복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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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2024년 11월, 서울에 있는 여대 세 군데에서 이른바 ‘래커 시위’가 벌어졌다. 캠퍼스 곳곳이 래커칠로 얼룩졌다. 1년이 지나고 난 뒤 모습은 엇갈렸다.

    서울여대에서는 성범죄 의혹을 받던 교수가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고소한 계기로 래커 시위가 일어났다. 이후 서울여대는 ‘다시, 봄’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학교와 학생 측은 재발 방지와 래커칠 복구를 위해 지난 4월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고 래커칠을 지우기로 합의했다. 래커칠을 지우기 어려운 건물 기둥은 총장과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함께 천으로 감쌌다. 학내 구성원들은 건물 유리벽의 래커칠을 같이 지우기도 했다. 그 결과 캠퍼스는 지난 8월 말,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성신여대의 경우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 문제로 래커 시위가 벌어졌다. 캠퍼스 부지 약 1000평 곳곳이 래커로 쓴 문구로 가득했다. 성신여대는 래커칠 제거를 위해 학교가 먼저 나섰다. 지난 3월 학교가 직접 ‘특수 오염(래커) 제거 용역’을 발주해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아직 시설 복구가 완료되진 않았지만 복원 과정은 진행 중이다.

    남녀 공학 전환 논의에 반발하며 동덕여대에서도 래커 시위가 일었다. 하지만 동덕여대는 여전히 세부 복구계획을 논의하는 단계다. 학교와 학생 측이 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싸고 이견이 남아 있다. 특히 동덕여대 총학생회 비대위가 최근 발표한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이 시설 복원에 찬성하면서도 래커칠을 ‘투쟁의 역사’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흥미롭게도 2026학년도 수시 모집 경쟁률도 온도 차가 있었다. 서울여대는 16.54대1로 2025학년도 15.47대1보다 높았다. 성신여대는 11.46대1로 2025학년도 12.76대1보다 소폭 하락했다. 동덕여대는 같은 기간 17.58대1에서 9.92대1로 반 토막 났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래커 시위 이후 대학 공동체가 회복하는 과정의 차이도 수험생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사회적 갈등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격렬한 ‘투쟁’의 단계보다 ‘회복’의 과정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래커 시위 역시 마찬가지다. 래커칠 복원을 위해 누가 얼마를 부담할지 논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극단적인 방법 대신 대화로 모색할 창구를 마련하는 것까지 이어질 필요가 있다.

    래커 시위 후 2년이 지났을 때는 모든 캠퍼스에 남았던 얼룩이 사라지고 더 단단한 공동체로 거듭나 있길 기대한다.

    김관래 기자(ra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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