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부들 작가. |
독특한 장르와 탄탄한 구성으로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으며 대상을 거머준 '개미는 깨우쳤다'의 말랑부들 작가에게 수상수감, 창작 계기 등 집필 과정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수상 소감은.
△소식을 접한 부모님께서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주셨다.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이 꽤 돌발적인 사건이었기에 언젠가 반드시 증명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공모전을 통해 그 목표를 이룬 것 같아 기뻤다. 한편으로는 다음 편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여러 장면들이 떠올라 예전보다 더 작가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게 됐다.
-작품을 소개해달라.
△작품 제목 '개미는 깨우쳤다'처럼, 주인공인 개미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글귀를 보고 그 의미를 연구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아는 기쁨'을 깨닫게 되는 스토리다. 세계관은 작은 곳에서 시작해 점차 범위를 넓혀 나가는 구조며, 러시아의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주인공이 경험하는 것이 형태를 바꿔 반복되기도 하고, 빌딩 엘리베이터처럼 상위 단계로 계속 나아가기도 한다.
-작품 주제와 메시지는.
△나는 작은 존재가 무심코 한 행동이나 말이 크게 확장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마치 골드버그 장치처럼, 살짝 건드린 도미노가 결국 연결된 문을 열고 마는 장면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것이 이 소설에서 개미가 사용된 이유다. 개미 사회는 유기적으로 구축된 골드버그 장치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인간이 따로 지식을 주입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개미에게는 인간이 어떻게 느껴질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개미처럼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창작 계기는.
△소년 만화 중에 '헌터×헌터'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 만화에 나오는 개미편을 상당히 재미있게 봤었다. 인간이 강한 개미와 싸우는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남은 탓일까. 나는 인간이 개미로 환생하여 손에 페로몬을 휘감고 싸우는 장면을 상상하고는 했다. 올레산이라는 죽음의 페로몬을 휘감은 다음 무쌍을 펼치는 것이다. 이런 경험과 생각들이 현재 쓰는 이야기에 영감을 많이 줬다.
-작품 속 SF·판타지적 설정 중 가장 애착을 가지는 부분은 무엇이며, 그만의 차별점은.
△애착이 있는 설정은 바로 주인공이 글귀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이다. '상태창이 나타났는데 그 문양의 의미를 모르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심지어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면'이라는 의문이 첨가된 설정으로, 주인공이 너무 멍청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개미 입장에서 대단한 행동을 했다는 식의 묘사를 많이 첨가했고, 주인공은 목적을 위한 배움보다는, 배움 그 자체에 흥미가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를 통해 한 존재가 궁구(窮究)하는 과정이 적당히 낮춰서 표현된 것이 이 작품의 차별점이라고 생각된다.
-집필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추석이 겹쳤을 때다. 상당히 긴 연휴 기간이 공모전의 마지막 기간과 교집합을 이루고 있던 탓에, 추석 기간에 부랴부랴 하루에 최대 1만자까지 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나오게 됐으니, 그게 바로 장례식장 에피소드다. 갑자기 열린 장례식과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주인공. 이런 것을 스승에게 배우는 주인공. 지식이 일정한 방향성을 갖기 시작하는 지점이 잘 잡혔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작가로서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작가에게 제일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 중 하나는 구상했던 장면이 제대로 써지지 않는 경우일 것이다. 보통 쓰고 싶은 장면이 10개 정도 있으면 그 장면에 도달하는 중간 과정이 고통스러운데, 막상 중간 과정을 넘어 쓰고 싶은 장면을 썼음에도 그 결과물이 좋지 않다면 어떨까. 작가로서는 절필을 고민하게 될 정도로 자괴감이 느껴진다. 아마 많은 작가가 이런 고배를 마신 뒤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2편 작품을 완결하면서 이러한 일을 상당히 많이 경험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결국 작가 본인이 말랑말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품 자체에서 느껴지는 중심은 명확하게 지키면서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지키는 것이다. 꽉 찬 잔보다는 비어 있는 잔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물론 깨닫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다.
-향후 계획은.
△작품 내부 무대가 바뀌어도 그곳만의 결핍이 존재해서 주인공이 그걸 해결해주는 구도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 부분이 너무 작위적이지 않았으면 하는데, 이런 부분을 잘 해결하는 게 작가로서의 역량이 아닐까 싶다. 또 개인적인 설정 노트에 내용이 굉장히 많다. 그 중에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도 있고, 엉뚱한 소재도 존재하는데, 이걸 장차 잘 풀어나가는 게 내 계획이다.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인외물(몬스터, 동물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주인공이나 서사의 축으로 내세운 이야기 장르)이 어떻게 보면 장르 중에서도 다소 마이너한 편인데, 이런 부분을 넘어 읽어주시는 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을 많이 선보일 것을 약속한다.
-대한민국 SF·판타지 웹소설 공모전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실 '개미는 깨우쳤다'라는 소설은 이 공모전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올 일이 없었다. 인외물인데 주인공이 인간 빙의도 아니고 하나하나 깨우쳐가는 과정은,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독자들에게 자칫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마이너한 것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 입장에서는 이번 공모전이 아주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정말 이런 공모전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거의 없다는 것이 내 솔직한 생각이다. 앞으로도 이 공모전이 펼쳐나갈 미래가 기대된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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