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국력은 컴퓨팅 파워와 에너지 두 가지 축에 좌우될 것이며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도 이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
19일 인공지능(AI) 시대에 한국 경제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열린 ‘2025 중앙포럼’ 2부 세션에서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AI 시대에 GDP(국내총생산) 개념은 한계에 이르렀고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GDI(Intelligence)가 부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권 교수는 ‘미·중 AI 전쟁이 바꾼 반도체 지도’를 주제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판도와 한국의 대응 전략을 발표했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가 19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5 중앙포럼〉에서 '미-중 AI 전쟁이 바꾼 반도체 지도'에 대한 주제 발표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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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권 교수는 “컴퓨팅 파워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는 있지만 신재생 에너지와 태양광 등 에너지 측면에서는 중국이 양과 규모 모두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양상”이라며 “향후 5~10년 이내에 중국의 GDI가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 권 교수는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 발전 속도를 짚었다. 그는 “기술 제재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 격차는 여전하지만 10나노 이상 레거시 공정에서는 중국이 이미 생태계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며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인 SMIC는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고, 매출 규모만 보면 조만간 삼성전자를 추월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또 “메모리 분야에서 CXMT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규모와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특히 화웨이를 지목하며 “AI 모델을 개발하는 동시에 이를 최적화할 칩 생산 역량도 갖추고 있다”면서 “직접 팹(반도체 공장)을 소유하고 있진 않지만 중국 전역에 포진한 11곳의 ‘쉐도우 팹’을 통해 원하는 칩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갖췄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중국은 AI를 제조업 현장에 적용해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단계에 돌입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항하는 미국의 움직임으로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권 교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미국 내에서만 추진되는 계획이 아니라는 점이 매우 흥미로운 포인트”라며 “에너지 조달이 안정적이고 투자 여력이 충분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확장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스타게이트 UAE(아랍에미리트), 스타게이트 노르웨이, 스타게이트 UK(영국)에 이어 스타게이트 재팬(일본)도 곧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이 프로젝트를 앞세워 글로벌 AI 생태계를 재정립하려고 한다”며 “향후 AX(AI 전환)를 통해 창출될 핵심 수익 지분을 선점하기 위한 노골적인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해선 “TSMC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파운드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미국과 중국 모두 대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가 19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5 중앙포럼〉에서 '미-중 AI 전쟁이 바꾼 반도체 지도'에 대한 주제 발표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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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AI 반도체 산업의 흐름이 ‘스케일’에서 ‘효율’로,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는 변화가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엔비디아가 장악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자 우위 시장과 품귀 현상을 우회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파괴적 혁신이 나올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메모리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메모리 공급망을 현재 주도하는 국가는 한국이지만,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중국 등 후발주자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위험 요인으로는 현재 약 1조달러 규모에 달하는 투자와 미래 수익 기대가 소수 빅테크 기업끼리 주고받는 자전 거래로 부풀려지는 구조가 지목됐다. 권 교수는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버블(거품현상)에 의한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선수금과 용량예약료 도입, 후공정 공급망 다변화 등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완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차원의 AI 전략 역시 국산 AI칩 활용 등으로 멀티벤더(공급 다변화) 전략과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는 “안정적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충분한 에너지 확보,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메모리 병목 현상 해소, 칩 설계부터 생산까지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 AI 전환을 통한 실질적 수익 창출에 AI 패권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며 “한국도 이에 맞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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