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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비즈톡톡] ‘장수 게임’으로 승부… 엔씨 김택진·크래프톤 장병규도 힘 싣는 IP 브랜드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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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경영자가 13일 부산 벡스코 2025 지스타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열린 오프닝 세션 개막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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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인기 게임 지식재산권(IP)의 브랜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히트작의 세계관을 애니메이션, 영화, 공연, 뮤직비디오, 굿즈 등 게임 외 콘텐츠로 확장해 IP의 수명을 늘리는 전략입니다. 매년 수만 개의 새로운 게임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신작의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자, 일본이나 미국처럼 장수 IP를 프랜차이즈 형태로 키워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25’는 그런 변화가 여실히 드러난 현장이었습니다. 국내 게임사 8곳이 출품한 신작 34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종이 기존 IP 기반 게임이었습니다. 이미 검증된 IP를 모바일, 콘솔, PC 등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로 선보이는 흐름이 두드러졌습니다. 부스 배치나 홍보도 신규 IP보다는 기존 IP 기반 신작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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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에서 관람객들이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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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으로 이번 지스타 메인 스폰서를 맡은 엔씨소프트는 300부스 규모의 초대형 전시공간을 마련해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신작 ‘아이온 2’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아이온 2’는 19일 공개했는데, 출시를 앞두고 막판 홍보전을 지스타에서 펼친 것입니다. ‘아이온 2’는 신규 IP가 아닌, 지난 2008년 출시 이후 PC방에서 160주 동안 1위를 기록한 엔씨의 대표 IP ‘아이온’을 계승한 17년 만의 후속작입니다. 엔씨는 지스타에서 ‘아이온 2’를 비롯해 신작 5종을 선보였는데, 미공개 신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즈’도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흥행 IP를 활용한 게임입니다. 혼자 하는 싱글 플레이 중심이었던 원작을 여러 명이 같이 할 수 있는 MMORPG로 개발 중이고, 플랫폼 역시 PC를 넘어 모바일로도 확장했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스타 2025’ 오프닝 세션에 깜짝 등장해 “MMORPG라는 본질을 새로운 각도로 비추고, 다양한 장르에서도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발언을 두고 엔씨가 IP 브랜드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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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마비노기 모바일’ / 넥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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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지스타는 불참했지만, 지스타 개막 전날인 이달 12일 열린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도 2004년 출시한 ‘마비노기’의 모바일 버전입니다. 20년 이상 키운 장수 IP가 상을 석권한 것은 물론, 올해 3월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올해 넥슨의 실적 성장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넷마블이 이번 지스타에서 출품한 신작 5종 중 4종도 기존 IP 기반입니다.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레이븐 IP를 활용했고,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도 넷마블을 게임 명가 반열에 다시 올려준 흥행 IP ‘나 혼자만 레벨업’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크래프톤이 내년 출시를 목표로 선보인 신작 ‘팰월드 모바일’도 일본 포켓페어의 ‘팰월드’ IP를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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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스타 2025 크래프톤 팰월드 모바일 부스 현장./크래프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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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게임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게임사의 대형 IP 프랜차이즈화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는 올해 8월 발간한 ‘게임 리포트 2025: 게임, 그 이후의 성공(Winning Beyond the Game)’ 보고서에서 “인기 게임 IP를 보유한 게임사는 이를 게임 너머로 확장하는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향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IP 확장 전략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최근 콘텐츠 시장 지형과 게임 팬의 특성에 기인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출시되는 신규 게임 수는 지난 5년간 2배 이상 증가해 지난해 약 1만9000개에 달했습니다. 이는 PC 게임 기준이고, 모바일과 콘솔 게임까지 추가하면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온라인에 새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 수는 같은 기간 4배 늘어난 150억개에 육박했습니다. 베인은 “매일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신규 게임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했습니다. 투입하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신규 게임 IP가 흥행몰이를 할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자, 게임사들도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된 히트작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된 셈입니다.

    실제 IP 브랜드화는 기존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베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게이머들은 게임 외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의 약 4분의 1을 게임 관련 IP에 쓰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은 좋아하는 게임 IP 기반 애니메이션을 시청하거나 팬 아트와 같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청하는 등의 활동에 시간을 쏟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임 IP를 기반으로 만든 TV 시리즈나 영화가 호평을 받을 경우 동명 게임의 평균 동시 접속자도 최대 69% 증가했습니다.

    보고서는 “게임 팬들은 게임의 세계관, 이야기, 캐릭터에 애착을 느끼기 때문에 성공적인 IP 확장 전략은 게임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촉발해 해당 IP가 오래 살아남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런 효과는 ‘폴아웃’ 시리즈처럼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게임을 출시한 프랜차이즈에서 더 강력하다”고 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아마존 프라임에서 ‘폴아웃’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프랜차이즈 내 10개가 넘는 폴아웃 게임의 접속자가 일제히 늘었습니다.

    김택진 대표는 “플레이어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플레이 뿐만 아니라 시청, 공유, 창작을 넘나들며 자신들의 경험을 새로운 컨텐츠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기 게임 IP ‘배틀그라운드’의 성과를 등에 업고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 프랜차이즈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5개년 중장기 계획으로 ‘빅 프랜차이즈 IP’ 확보를 꼽고 배그를 이를 IP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크래프톤이 올해 7월 일본 종합 광고 회사 ADK그룹의 모회사인 ‘BCJ-31’을 750억엔(약 7100억원)에 인수한 이유 중 하나로 IP 확장을 꼽았습니다. 장 의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IP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돼야 수명이 늘어난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 미국과 일본 주요 게임사들은 10년 이상 사랑받은 게임 IP의 브랜드화에 앞장서 왔습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일본 닌텐도의 ‘슈퍼마리오’나 미국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 등이 장수 IP를 브랜드화해 견고한 팬덤을 구축한 대표 성공 사례입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LOL)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든 ‘아케인’을 공개하면서 관련 팝업 스토어, 뮤직비디오, 굿즈 등을 동시에 출시해 IP 확장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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