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9월과 10월 두 번 연속 금리 인하에 이어 12월에도 인하가 예상됐지만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된 데다 연방정부의 셧다운 여파에 금리 인하를 뒷받침할 고용지표 발표도 미뤄진 탓이다.
20일(현지시간) 지각 발표된 9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9월 비농업 일자리는 11만9000명 증가하며 예상치(5만1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전달(2만2000명)보다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다만 실업률은 전달 4.3%에서 4.4%로 소폭 상승했다. 8월 일자리는 4000명 감소로 수정됐다.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과 함께 고용이 크게 늘면서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정부 셧다운 이전인 데다 한 달 늦게 지각 발표된 고용보고서인 만큼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전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이 32.8%로 뚝 떨어졌다. 반면 금리 동결 전망은 67.2%로 치솟았다. 한 달 전만 해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90%를 웃돌았고, 일주일 전에도 65대35로 인하 전망이 많았지만 분위기가 180도 바뀐 것이다. 연준은 앞서 9월과 10월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3.75~4.0%다.
10월 FOMC 의사록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에 찬성보다 반대나 신중론이 조금 우세했다. 의사록에서는 "많은 참석자가 연말까지 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거나 "대다수 참석자는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12월은 아닐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몇몇 참석자는 향후 경제가 예상에 부합할 경우 12월에 추가로 인하하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했다"는 비둘기파의 입장도 있었다. 금리 인하를 일단 중단하고 경제 여건과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과 10월 두 번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연준이 근거로 내건 고용 악화를 확인할 데이터가 부족한 것도 추가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배경이다. 셧다운 여파에 미뤄졌던 10월 고용보고서는 결국 발표가 취소됐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월 FOMC 기자회견에서 12월 추가 인하가 "기정사실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리아 트라우브 로드애빗앤드컴퍼니 매니저는 "11월 데이터가 연준 회의 이후에야 발표되는데 분열된 FOMC를 고려할 때 인하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전망했다.
연준의 분열로 12월 FOMC에선 역대급 반대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추가 금리 인하를 주장해온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먼,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인하에 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10월 FOMC 때 유일하게 동결을 지지했던 제프리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를 비롯해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와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에 반대 입장을 시사했다. 지난 9월과 10월 금리 결정에는 각각 두 명이 반대표를 던졌는데 32년 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세 명이 반대할 경우 1988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사우디아라비아 투자 행사에서 파월 의장을 또다시 겨냥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는 파월 의장에 대해 "심각하게 무능하다"며 "당장 날려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그러면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을 향해 "스콧이 유일하게 못하는 건 연준"이라며 "신속히 인하하도록 하지 못하면 당신도 해고하겠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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